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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열정, 우리 대학 만학도의 이야기를 듣다.

국어국문학과 김귀녀 학우, 철학과 김은 학우가 전하는 만학도의 삶

지유정 편집장
- 14분 걸림 -

‘만학도’의 정의는 ‘나이가 들어 뒤늦게 공부하는 학생’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 대학에서 만나게 되는 만학도 학우들에게는 ‘뒤늦게’라는 단어보다는 ‘열정’, ‘열의’라는 단어가 더욱 어울리는, 여느 학생과 다르지 않는 마음으로 공부를 해나가고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우리 대학에 재학 중인 만학도 중, 김귀녀 학우, 김은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저는 우주에서 가장 친절한 20대 청춘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운 좋은 60대 대학생입니다.”

국어국문학과 20학번 김귀녀 학우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국어국문학과 20학번 4학년 김귀녀입니다.


Q. 우리 대학에 들어오시게 된 계기와, 또 이 학과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 대학을 선택한 것은 단순히 도전이었습니다. 군산은 물론 가까운 지역에 많은 대학이 있지만, 우리 지역에서 가장 큰 대학에, 합격을 떠나서 원서라도 한번 넣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면접을 보던 날, 면접관님께 원서를 쓰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학교 안에 들어와 면접까지 보게 되어 더 행복했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저 책이 좋아 그 냄새까지에도 푹 빠졌던 날이 그리워 국어국문학과를 선택했습니다. 스물셋에 결혼하고 시부모님을 모시고 40년이 가까운 세월을 살면서 좋아했는지도 잊고 살았던 책이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알고, 제대로 읽고,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 국어국문학과에 오고 싶었습니다.


Q. 대학에 들어오시게 될 때 주변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정말 신기하게도 가족은 물론 주변 지인들과 친구들까지 모두가 한마음인 듯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냈습니다. 가족들은 ‘무조건 신나게 즐겨라’, 친한 친구들은 ‘성적은 신경 쓰지 않아도 외모와 건강에는 신경 써라’라며 힘이 나게 해주었고. 늦은 나이에 검정고시도 아니고 진짜 대학에 들어간다는 자체가 대단하다며 박수를 아끼지 않는 주변 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재미난 것은 입학 선물이라며 많은 학용품과 문화상품권같이 학교를 다니면서 필요한 것들을 받았는데, 볼펜 하나에도 저에게 불어 넣어주는 용기라고 생각하면 절로 행복해집니다.


Q. 대학 생활을 하게 만드는 본인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소중하고 아까운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즐기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공부하는 학우들과 걸맞게 나란히 책상에 앉아 있기 위해서는 공부는 물론 체력과 마음가짐 향상에 10배 정도는 힘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그저 평범한 하루에도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습니다.


Q. 학교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고, 좋았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코로나 학번으로 들어와 온라인 강의로만 수업하다가 교양 수업에서 실시간 강의로 과제 발표를 했던 날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강의실에서 하는 발표는 아니었지만, 누군가의 앞에서 발표를 해보는 일이 태어나서 처음이었기에 더 기억에 남습니다. 특별히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무척 긴장해서 제대로 했는지 가늠하지 못하는 상황 속, 교수님은 물론 강의에 참여한 학우들이 발표를 마치자, 화면에 응원, 폭죽 이모티콘을 보내주어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릅니다. 작성한 발표 자료에서 눈을 떼고 화면을 본 순간 미치도록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였으니까요. 여전히 발표하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고 긴장되지만, 이때를 생각하면 떨리는 마음이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Q.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입학하셨는데, 학교생활을 하면서 겪은 고충들이 있다면 어떤 고충들이 있는지, 또 어떻게 해결하시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또래 간에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를 때가 있지만,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것들도 공부해서 알아야 하는 것이라 생각해 즐겁게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랜 학업의 단절로 과제를 하는 손은 너무 느려 제출일을 맞추느라 허덕이고, 수업 시간에는 분명히 이해했는데 수업이 끝나는 순간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려 체력, 기억력의 한계에 좌절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수업 시간만큼이라도 정신 차려서 잘 앉아있고 잘 듣고자 노력합니다.

사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제 자신이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불편한 존재는 아닐까’라는 것이었습니다. 혹시 말이나 행동이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는지, 나로 인해 성적과 같이 부여 되는 성과에 도움이 못 되는 것은 아닌지 혼자 고민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크고 작은 고충들이 마음과 행동으로 친절을 베푸는 분들 덕에 힘이 되어 해결되었습니다. 아무 문제없이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의 말씀에 힘을 받고, 또 같은 수업을 듣는 학우들은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나 친절하게 알려주고 때로는 먼저 도와주려 다가와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사람이 사람을 살게 한다는 생각을 학교에 다니면서 정말 많이 합니다.

Q. 대학에서의 배움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정해진 답을 찾는 것이 아닌 폭 넓고 깊이 있는 문학 공부를 더 하고 싶습니다. 아직도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은 마음이 크거든요. 그리고 지도교수님께서 유치원 실버동화구연가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도 도전해 보도록 조언해 주셨는데, 전공을 살려 시니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전하고 싶습니다. 또 아이부터 어른까지 읽고 볼 수 있는 그림책을 써보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아직은 미지의 꿈이지만 이루고 싶은 것 중 가장 첫 번째입니다.

Q. 우리 대학 학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배움이란 그저 당당한 삶을 살아가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나에게 배움은 희망이고 행복입니다. 개인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배움이라는 것을 기억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다가올 날들이 기대되면서도 성장을 위해 한 발짝을 내딛는 것이 얼마나 큰 힘과 마음이 필요한지 살아온 시간만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도전하는 것에 멈추지 않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환갑에 학번이 생겼습니다. 마냥 푸르고 반짝이는 우리 대학 학우들의 환갑에는 이것보다 더 환상적인 일이 생기기를 바랍니다.


“얼만큼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그것으로 인해 더 넓어지고 깊어질 것인가, 참으로 기대되는 날들이에요.”

철학과 23학번 김은 학우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3학번으로 철학과 1학년 재학 중인 김은입니다. 두 번째 대학 생활을 맞이했는데요. 제 첫 전공은 중국 문학이었고 이제 철학을 공부하고 있네요.


Q. 우리 대학에 들어오시게 된 계기와, 또 이 학과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 대학에 들어오게 된 계기라면, 우선 지리적 요건 즉 군산에 살고 있는 까닭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사회, 혹은 교육적 인지도가 높으신 교수님들이 많으시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지요. 저는 오랫동안 글을 쓰는 작업을 해왔고, 이승의 소풍이 끝나는 날까지 글을 쓰는 일을 계속할 것을 꿈꾸고 있는데 아직도 많은 것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요. 이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 갈 수 있는 지름길이 대학을 통한 배움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즉 아직도 들끓고 있는 제 욕망의 한 부분, 작가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단지 욕망으로 끝나지 않도록 교수님들의 지도를 받으면 제 자아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더불어 철학과를 택하게 된 까닭은 철학적 사유를 통해 좀 더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제 삶이 좀 더 지혜로워졌으면 하고 바라게 되네요.


Q. 대학에 들어오시게 될 때 주변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책을 읽고 깨달으면 되지 굳이 다시 대학에?” 라고 만류하는 반응이 대다수이지만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부러워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Q. 대학 생활을 하게 만드는 본인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대학 생활을 하게 만드는 저의 원동력이라면 아무래도 지적 탐구에 대한 열정이라고도 할 수 있고, 대학 생활 자체가 제 꿈을 위한 투자라 생각을 많이 해요.


Q. 학교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고, 좋았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학교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시간은 아무래도 제가 살아오면서 혹은 공부하면서 가졌던 많은 의문점들이 조금씩 해소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아직 한 학기만을 마쳤을 뿐이지만 가령 정신 분석학, 서양사와 서양철학을 공부할 때 흥미진진해 하는 저를 제가 바라볼 때였어요. 제가 얼마큼 더 많은 것을 배울 것인가, 그것으로 인해 제가 더 넓어지고 깊어질 것인가, 참으로 기대되는 날들이에요. 저는 학교에 있는 매 순간이 좋아요.


Q.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입학하셨는데, 학교생활을 하면서 겪은 고충들이 있다면 어떤 고충들이 있는지, 또 어떻게 해결하시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젊은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직 모르겠어요. 꼰대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요. 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하고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주머니는 열고 입은 닫아요.”라고 누군가 충고를 하긴 했지만, 글쎄요. 그것이 정답일까요?


Q. 대학에서의 배움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대학 졸업 전까지 소설 등단을 하고 싶어요. 인지도 있는 지면을 통해서요. 2학년 때 복수전공으로 국문과를 택하려 하는데 교수님들과 국문과 학생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어요.


Q. 우리 대학 학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저는 요즈음 행복론에 관해 배우고 있어요. 제 삶을 오랫동안 관통해 왔던 것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욕망을 조절하는 것이었죠. 흔히 말하는 소확행(小確幸) 같은 것을 누리는 삶을 선택하며 살아왔는데요. 그러나 젊은 학우들에게는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뜨겁게 욕망하라.” 그 대상이 무엇일지라도 뜨겁게 욕망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욕망이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 있게 되지 않겠어요.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책 속의 명언보다 뜨겁고 고통스럽게 겪어낸 나의 진리를 바탕으로 한 나의 삶이 자신을 더 자신답게 해주지 않겠어요. 그런 후래야 비로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알 수 있고 꿈꾸며 지치지 않고 뚜벅뚜벅 걸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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