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동아리의 부원 모집 활동,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들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싶었다
매년 새 학기가 시작되고 신입생들이 캠퍼스 활동을 시작하면 학내 동아리들은 신입 부원 모집 활동을 시작한다. 그 중에서도 기독교 관련 동아리들이 유독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총동아리연합회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 대학 62개 동아리(학과동아리 제외) 중 기독교 관련 동아리는 17개이며, 기독교 동아리에 가입돼 있는 학생 수는 3백90명에 이른다.
기독교 동아리들의 모집 활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게시판이나 벽에 포스터를 붙이거나, 거리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전단지 돌리기, 수업 시간 전 신입생들이 있는 강의실에 들어가 동아리를 소개하는 등의 방법은 여타 동아리와 크게 다르지 않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모집 활동에 대한 열정이 지나쳐 학생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부 행위들이다. 기독교 동아리들 중 일부가 모집 활동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전화번호, 메일, 학번과 같은 개인 정보를 작성하게 하고, 인맥 등을 통해 동아리 가입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에게도 접근해 ‘전도’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시간을 빼앗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입학한 신입생 ㄱ양은 친구들과 길을 걷고 있을 때 기독교 동아리들이 모집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면 일부러 돌아간다고 했다. 길을 가다가 전도 목적으로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결국 전화번호와 학과 등 개인 정보도 적어달라고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 이미지 출처 : Campuslife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인문대 ㅂ양은 신입생 시절 황당한 경험을 했다. 신입생인 ㅂ양에게 같은 과 선배가 누군가를 만나보라는 연락을 해왔다. 얼마 후 누군가 ㅂ양 방문을 두드려 나가보니 기독교 동아리 학생이 서 있었다. 학과 선배의 연결에 의해 만난 사이라 냉정하게 굴 수도 없어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방 안까지 들어와 동아리 가입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고 했다. ㅂ양은 그렇게 약 한 시간가량 원치 않는 대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ㄱ양과 ㅂ양 이외에도 기독교 관련 동아리의 과도한 모집 활동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았다.
‘캠퍼스 복음화’가 동아리의 주 목적이라는 기독교 관련 동아리들. 학생들의 목소리에 대한 기독교 동아리들의 입장은 거의 비슷했다.
A기독교 동아리측은 “학생들에게 불편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 동아리의 존재 목적이 캠퍼스 복음화이다보니 목적을 위해 사람들을 만날 수밖에 없다.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학생들이 이해해 줬으면 한다”라고 자신들의 입장을 말했다.
또 이들은 전화번호나 학번 등을 가져가는 것은 부원 모집 이외의 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학생들을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전화번호를 받아가기 전 설문 조사를 통해 기독교 동아리에 가입할 의사를 갖고 있는 학생들을 알아내고 관심이 있는 학생들 에게만 연락한다”며 개인 정보를 적어가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말아달라고 전했다.
B동아리의 경우 “학생들과 좋은 것(복음)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한 후 “충분히 불편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만약 학생들이 계속해서 불편을 느낀다면 불편을 덜 느끼는 방향으로 모집 활동 방법을 고민해 보겠다”며 개선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매년 같은 시기 학생들을 전도하려는 기독교 관련 동아리들로 인해 불편을 느끼는 학생들, 기독교 동아리측의 말대로 그들도 역시 여타 동아리들과 같이 존재 목적이 있을 것이다. 혹시 부정적인 시선으로 기독교 동아리를 바라보는 학생들이 이들의 목적을 이해하고 전도 활동을 바라본다면 지금보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기독교 동아리들 또한 지금과 같이 학생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방법이 아닌, 상대방을 배려한 모집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김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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