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PF 문인 가운데 김남천(金南天)이라는 소설가가 있다. 한국문학사에서는 이론과 창작을 병행한 인물로 매우 중요한 작가이지만 대중에게는 작품 <大河>(1939)를 집필했다는 정도 외에 그리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이유는 좌파 지식인으로서 월북을 한 만큼 중ㆍ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의 작품은 대중이 기꺼워할 만큼 재미가 있는 것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러 편의 소설을 신문에 연재했다. 대표적으로 <사랑의 水族館>(1939~40), <一九四五年 8ㆍ15>(1945~6) 등이 그러하다.
작품 <대하>를 포함하여 앞서 언급한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티프가 있다면 ‘불륜’ 혹은 ‘배신’ 모티프인데, 이는 전향소설인 <經營>(1940)과 <麥>(1941) 등도 다르지 않다. 좌파 지식인이 끊임없이 불륜과 배신을 말한다는 점에서 의아하겠는데, 그는 작품 속에서 인간의 애정문제와 시대의 가치문제를 병렬관계로 배치해 놓고 있다. 한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옳고 바르게 사는 것인지의 물음과 남녀 혹은 가족 간에서 이루어지는 애증관계를 ‘소외’라는 잣대로 풀어나갔다.
사랑하던 연인이 상대방에게서 소외의 감정을 느낄 때와 시대 속에서 자신이 소외되었다고 느낄 때는 언제일까? 그것은 연인의 일방적 배신과 시대가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때일 것이다. 소외는 ‘낯섦’일 수 있다. 소외가 낯설어지는 것이라면 연인이나 가족 간에 발생하는 배신 혹은 불륜은 필연적으로 상대를 낯설게 느끼도록 하는 소외를 동반한다. 또한 시대가 원하는 가치에 따라서 살았으나 시대가 자신을 외면하기도 하고 때로는 시대의 가치가 변하기도 한다. 이때 주체는 사람과 시대로부터 소외를 느끼게 된다. 환멸을 경험케 되는 것인데, 현재를 사는 대학생을 비롯하여 다수의 사람들은 여기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외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일까. 일제말기와 해방기를 지나며 시대의 가치를 고민했던 김남천은 소외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공동 이익’을 이야기한다. 어떤 시대 어떠한 관계에서도 소외는 발생할 수밖에는 없으며, 작가에 따르면 이때의 소외는 다수가 행복할 수 있는, 공동 이익을 위한 소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욕망과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으로 배신이나 불륜을 제어할 수만 있다면 소외되는 사람은 없을 것인데, 마찬가지로 이것은 시대의 가치를 고민할 때도 정치인이 1할의 특권계급을 위함이 아니라 9할의 일반대중을 위한 정치를 실현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그것이 올바른 삶이며 이성으로 소외를 벗어날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근래 대학사회에 부는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거세다.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소외시켜야만 한다면 그것은 1할을 위함이 아니라 9할을 위한 소외여야만 한다. 학생, 직원, 교수를 불문하고 한국의 대학사회는 1할에 들기 위해 그리고 자기 안위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타자의 행복은 안중에 없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이 맞을 미래는 어떠할까. 생각만 해도 정말 아찔하지 않을 수 없다.
늦지 않았다. 9할이, 다수의 행복이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사회를 향하야, 이성적 소외로 ‘환멸나기’를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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