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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公約)인가 공약(空約)인가?

김의한 선임기자
- 9분 걸림 -

거짓말과 뻥이 다른 사람에게 사실을 부풀리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을 전한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이 두 가지는 의미가 같지 않다. 화자(話者)가 듣는 사람이 믿어주기를 바라면서 하는 것이면 거짓말이 되고 듣는 사람이 믿어주지 않기를 바라며 하는 말은 뻥이 된다. 즉 뻥은 다른 사람을 속일 의도가 없거나 있더라도 악의 없는 장난인 경우가 많고 거짓말은 다른 사람을 속여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짓말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뉜다. 미리 계획하고 하는 거짓말과 말을 하고나서 지키지 못해 거짓말이 되는 경우이다. 후자의 경우 애초에 거짓말을 할 의도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키지 못하면 결국 거짓말로 치부되고 그로인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의지와 상관없이 지키지 못했다 해도 그 말을 믿은 사람들에게 육체적 금전적 피해를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망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자신이 한 말을 지키지 못해 거짓말이 되는 경우는 각종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입후보자들이 유권자들에게 내세우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처럼 규모가 큰 선거 뿐만 아니라 규모가 작은 선거에서도 입후보자들은 유권자의 마음과 표를 얻기 위해 각종 공약을 내뱉는다. 이렇게 공약을 내세우고 이행하지 않아 유권자들의 비난을 받는 당선자들은 지금까지 어느 선거에나 빠지지 않고 존재해 왔다.

오늘(19일) 2014학년도 우리 대학을 이끌어갈 총학생회 및 단과대학 학생회장 선거가 치뤄진다. 후보자들은 선거기간동안 유권자인 학생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캠퍼스를 뛰어다니고 교내 방송국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세활동 하기도 했다. 또 홍보책자를 배포해 학생대표가 된다면 이행할 공약들을 알리기도 했다. 그들은 홍보책자에 실려있는 공약들을 보고 학생들이 만족스러워하며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것이라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유권자 입장에서 이번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들을 살펴보면 학생들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대부분의 공약이 성적장학금을 지불하겠다, 생리대 파우치를 지급하겠다, 여학생들이 옷을 살 수 있도록 5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선물하겠다, 휴대폰 충전기를 설치해 주겠다 등과 같이 단편적이고 유치한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선되면 무엇인가 줄테니 나를 뽑아달라는 말이다. 이는 당선되면 햄버거를 사주겠다고 발언하고 당선을 기대하는 초·중학교의 ‘햄버거 회장’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또한 몇몇 공약들은 ‘햄버거’수준에서 벗어나기도 했지만 이들도 현실성이 결여돼 뻔한 거짓말처럼 보이거나 현실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공약을 이행할 것인지는 전혀 설명하고 있지 않다. 또한 이번 공약들은 이미 지난 학생회가 들고 나왔던 새로울 것 없는 구태적인 공약들이다. 심지어 지난 학생회가 실효성 문제로 포기한 공약을 다시 내세운 것들도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총동아리 연합회 회장과 부회장 후보의 “제1학생회관 엘리베이터 설치”공약은 많은 학생들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예산이 없어 도서관 도서구입비까지 줄일 정도로 힘든 올해 우리 대학 자금사정이 어떤지 전혀 모르고 하는 발언일 뿐만 아니라 현재 있는 시설도 활용할 줄 모른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장애 학우를 위해 제1학생회관에 엘리베이터가 필요하다면 학생회관 사이 구름다리를 항시 개방해 장애 학우들이 제2학생회관 엘리베이터를 통해 제1학생회관으로 이동하도록 하면 간단하고 저렴하게 해결될 일이다.

좋아요 학생회 측의 몇몇 공약도 현실성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새만금 캠퍼스 앞 상권을 형성하겠다는 공약이다. 물론 현재 새만금 캠퍼스가 개교한지 얼마 되지 않아 주변 상권이 부족하고 이용자들이 누릴 수 있는 편의시설이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새만금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이라면 이 공약이 꽤 달콤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일개 대학교 학생회장이 내놓을만한 공약이 아니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지역 상권을 조성하는 일이 학생회장 수준에서 이행할 수 있는 공약일까? 군산대학교 학생회 대표가 되면 군산시장 정도의 권한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더군다나 “버스정류장 매표기 설치”공약은 이미 재작년 허성진 전 회장 임기시절 허 전 회장이 설치비용 등을 조사하고 투입대비 효율성이 너무 낮다며 포기한 공약이다.

더하기 학생회라고 더 낫지는 않다. “전 황룡마루(피라미드) 건물 개방”공약은 놀고 있는 피라미드 건물을 개방해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왜 이용해야 하는지 등은 전혀 말하지 않고 단지 “무엇인가 더 이로운 것”으로 이용하겠다고 한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일단 되면 그때 생각하겠다는 말이다.

우리 대학 학생회에는 계속사업의 개념이 없어보인다. 두 학생회가 들고나오는 공약들 중 많은 공약들이 이미 지난 학생회가 진행해 온 공약들이다. 무료 모의토익이나 명사초청강연, 여성문화제, 자궁경부암 백신 할인 접종, 공감토크쇼 택시, 단과대학 월드컵 등이 그것이다. 우리 대학 선거를 제외한 어느 선거에서도 이전 정권이 시행해오던 사업을 다시 들고나오는 후보자는 본 적이 없다. 만약 계속사업의 개념 없이 매 선거마다 같은 공약이 제시된다면 해당 조직은 제자리 걸음 만 할 뿐 발전을 꾀할 수 없다.

학생대표 선거 공약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년 재작년 또 그 이전부터 이어져오던 문제다. 후보자들이 이렇게 유권자를 무시하는 듯한 공약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고 나올 수 있는 이유는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공약에 대한 검증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공약을 내 놓으면 이에 대해 문제제기나 설명을 요구하는 기구가 없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매년 구체적인 계획도 없고, 실현 가능성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공약을 당당히 내 놓을 수 있는 것이다.

매년 선거가 진행될 때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구성된다. 현재의 선관위는 선거 규정을 정하고 후보자들이 규정을 어기지 않도록 감시하며 선거 당일 투표와 개표를 하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아직 구성되진 않았지만 내년 선관위에게 현 수준의 선관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더 이상 유권자들이 대한 후보자들의 공약에 휘둘리지 않도록 정책토론회 등 최소한의 여과장치라도 마련해 줄 것을 부탁해 본다.

편집장·김의한

han@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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