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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시험, 꽃피우는 양분이 되길

김태경 기자
- 3분 걸림 -

오늘과 내일 그 사이에 찬 기운이 섞여 마음시린 시험에 들게 하는 11월, 우리 몸이 본격적으로 겨울과 친해져야 할 때이다. 매년 낮밤으로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지면서 낯선 냉기가 피부에 가장 확 와 닿는 시기가 딱 이맘때인 것 같다. 특히, 매년 11월 중,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주간에 겨울의 맨얼굴을 처음 마주했던 걸로 기억한다. 올해에는 시험 당일인 11월 7일이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 절기인 ‘입동’과 겹치면서 많은 수험생들의 얼어붙은 마음에 눈치 없는 부채질을 했다. 이렇게 올해의 겨울은 오랜만의 재회임에도 불구하고 맹렬한 추위로 그 인사를 대신하고 있는데, 이 시험과도 같은 만남을 앞둔 그대들에 마음에는 사뭇 궁금해졌다.

인생 자체가 시험을 위한 공부처럼 느껴진다면 지금, ‘시험’이라는 제1막이 끝나고 ‘겨울’이라는 제2막이 시작됐다고 생각해보자. 만나면 헤어짐이 있고, 한 번 시작한 일은 언젠간 끝이 난다는 단순한 진리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인생 공식일 것이다.

그래서 ‘끝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여야 하는가. 대관절 무엇이기에 깨어나는 아침에게 밤하늘의 별이 되라하고 피어나는 봄 싹에게 열매를 맺으라고 하는가. ‘시작’과 달라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끝’, 그 둘은 ‘형제’이지만, 결국 키도 몸무게도 다른 ‘타인’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작과 끝, 그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은 내 의지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끝의 상태는 성장과 발전의 내일을 지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작의 설렘이 그렇듯 끝의 여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야기의 시작에 앞서 설레는 마음으로 프롤로그를 보고, 이야기의 여운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에필로그를 본 적이 있는가. 이야기의 시작은 내 마음이 그 이야기를 받아들인 그 순간에 있을 것이다. 겨울은 이미 시작됐다. 그 다음의 일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것이다. 즉 겨울의 끝이 아닌 봄의 시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겨울의 시험’이 주는 이야기가 우리 마음속에 날아와 꽃피는 겨울날이 되었으면 한다.

김태경 기자

thankstk1202@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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