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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발원의 융복합 교양교과목 제안을 환영하며

정은해 선임기자
- 5분 걸림 -

영국이 낳은 20세기 위대한 역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는 그의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법칙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어떤 문명의 발전은 외부로 부터의 도전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응전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외부로 부터의 도전이 너무 커서 도저히 그에 대한 응전이 불가능할 때 그 사회, 그 문명은 멸망하였지만 외부로부터 도전이 없는 사회나 문명 역시 멸망한다는 것이다. 로마의 몰락은 결국은 더 이상 도전자가 없을 만큼 대제국을 이룬 후에 스스로의 내부문제로 몰락이 시작되었다는 것도 이러한 토인비 박사의 주장이 맞다는 것을 뒷받침해준다. 따라서 어떤 시스템의 발전은 외부로부터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한 도전이 있고 그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내부의 응전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놀드 토인비는 자연재해가 빈번한 황허강 유역이 그렇지 않은 양쯔강 유역보다 더 찬란한 문명을 만들었다고 예증하고 있다. 그런데 이 위대한 역사학자의 놀랄만한 이론은 생태학에서는 이미 고전적인 이론중의 하나이다. 생태계에서 외부로부터의 압력은 지나치지만 않다면 종 다양성을 향상시켜 생태계의 안정화 또는 발전을 가져온다. 예를 들어 바다 밑 생태계의 포식자 중에 불가사리가 있다. 불가사리는 조개류를 덮쳐 마치 드릴 같은 기관으로 조개껍질에 구멍을 낸 다음 안의 내용물을 체외효소로 녹여 이를 흡입해 먹는다. 우리가 마치 스토로를 집어넣어 컵안의 내용물을 마시는 것과 비슷한 방법이다. 따라서 불가사리가 너무 많으면 해저 생태계는 황폐해져 버리기 때문에 연안생태계의 불가사리 숫자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불가사리가 다 없어지면 해저생태계는 어떻게 될까? 포식자가 없어진 생태계는 조개들끼리 먹이를 두고 무한경쟁을 하게 되고 그 결과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하나의 종만이 살아남게 되며 살아남은 한종의 개체수는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다. 즉, 종 다양성은 감소하고 개체수는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남아있는 종의 개체수가 늘어나게 되면 그 종에 치명적인 질병 등이 생기거나 먹이부족 등으로 우점종의 수가 다시 확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불가사리 제거로 인한 포식압력의 제거는 결국 피식자들이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는 시베리아 순록 떼들이 그 무시무시한 구제역이 닥쳐도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이유가 포식자인 맹수들이 구제역이 발병되기도 전에 잡아먹기 때문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쉽게 말해 순록중의 하나가 구제역 균에 감염되었다면 그래서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몸이 별로 안 좋다거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거나 하면 본격적으로 병을 앓기도 전에 그 날로 다른 맹수의 밥이 되기 때문에 남에게 병을 옮길 시간조차도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높은 포식압력이 건강한 개체군이 유지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생태학과 역사학에 있어서 놀랍도록 유사한 이러한 두 이론은 서로 서로 별개의 이론이다. 만약 역사학자가 생태학을 이해하거나 접했다면 이러한 이론은 더 일찍 나오지 않았을까? 이런 점이 학제간 융합, 통섭의 중요성이라 생각한다. 마침 우리 대학에서도 교육개발원에서 학제적 융합과목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한다고 하니 시의적절한 제안에 반갑고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바이다. 이러한 통섭적 교양과목의 확대가 황룡인을 인문학적 교양을 갖춘 이공인, 자연과학을 이해하는 사회과학도, 예술적 감성을 지닌 인문학도 같은 지적 균형감각을 갖춘 교양인으로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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