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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사회, 이게 최선입니까?

김의한 선임기자
- 9분 걸림 -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2%를 넘고 있다. 왜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대학진학을 선택했을까? 또 우리 대학 학생들은 어떤 이유로 대학에 진학했을까? 대체 무엇이 수많은 학생들을 대학이라는 울타리로 들어가게 만들었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우리 대학 학생 4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학창시절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섭(가명): 고등학교시절 특별한 꿈은 없었다.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 길을 생각하게 됐고 대학진학이 가 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 우리나라에서 대학 졸업을 하지 않고서는 먹고 살기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나?
효주(가명): 친구들도 거의 대학에 진학했고 대학은 무조건 가야 된다는 생각이었다. 대학은 가야한다는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동건(가명): 사회에 적응할 시간을 조금 더 벌고 싶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사회에 나 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혜교(가명): 반 전체가 대학에 진학했고 진학하지 않으면 루저(패배자)가 될 것 같았다. 또,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도 대학은 당연히 가야된다고 말했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마음속에 간직한 목적이 있나?

지섭: 거창한 건 아니고 성적을 잘 받아서 좋은 회사에 취업 하는 것이 내 목표다. 청년 실업자가 62만 명  이 넘는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 하는 게 답인 것 같 다.효주: 주변 분위기 때문에 대  학에 진학하긴 했지만 이곳에서 내 꿈을 찾고 싶다.
 효주:  ‘지구 세바퀴 반’의 저자 한비야가 ‘내가 왜 일을 하는가, 그것은 내 가슴을 뛰게 하 기 때문이      다’라는 말을 했다. 나도 그처럼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다. 꿈 없이 일개 미처럼 살아가는 삶은 생각하기도 싫다.
동건: 사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학에 와서 시간 을 벌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고 있다. 
혜교: 지식 쌓기. 고등학교 때는 정치나 사회에 대해서 잘 몰랐었는데, 그때는 애들 이 수능 공부만 하고 사회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대학에 가서는 신문도 읽고 사회에 관심을 가지면서 유식해지고 싶었다.

대학 진학 후 목적이 잘 이루어지고 있나?

혜교: 나름 잘하고 있는 것 같다. 확실히 고등학교 때보다는 뉴스나 신문을 많이 보고 있 다.
지섭: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가정형편 때문에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해 야해서 시간이   많지가 않다. 사실 내 의지가 부족한 것 같기도 하다.
효주: 천천히 해 나가고 있다. 1학기 때는 조급한 마음만 앞섰다. 가슴을 뛰게 하는 일 을 찾기 위해 사람 들도 더 많이 만나봐야 할 것 같고 동아리에도 빨리 가입해 더 많 은 활동을 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하지만 지금은 마음에 여유를 갖고 천천히 해 나 갈 생각이다.
동건: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탐색 중이다.

대학을 진학하지 않은 학생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동건: 나는 이런 친구들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이지만 고졸자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 을 것이다. 물론 대학을 졸업해도 마찬가지겠지만…….
지섭: 내 주위에는 그런 친구들이 꽤 있다. 각자 사정이 있겠지만 자기가 선택해 조금 더 일찍 사회에 나 간 친구들은 잘해나갈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목적의식 없이 되는 대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 들을 보면 한숨이 나올 때도 많다.
혜교: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불분명한 목적으로 대학에 진 학하는 것보다    자신의 꿈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대학 4년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 는다.
효주: 친구 중에 집안 사정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를 보면 대학 에서 느끼는 새 로운 것을 같이 하지 못해서 조금 아쉽다.

자신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더라면?

지섭: 아마, 진학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했을 것이다. 아마 지금쯤 사회인 으로써 돈 벌고 있겠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정확히 몰라서 지금 대 학을 다니고 있는 것 일수도 있다.
효주: 패배의식이 들었을 것 같다. 친구들은 모두 대학에 진학했는데 나만 진학하지 않았 다면, 남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
동건: 나도 지섭과 비슷했을 것 같다. 졸업 후 어린 나이에 사회에 바로 나갔다면 적응 하는 데 힘들었을 것이다.
혜교: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잘 살고 있었을 것 같다. 대학은 공부, 학문을 하는 곳이지 사는 데 꼭 필   요한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력, 경험이 필요한 직업이라면 바닥 부터 노력해서라도 이뤘을 것이다.

대학 진학이 의무화된 것처럼 느껴지는 최근 사회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효주: 학벌을 중요시하는 사회 풍토가 너무 심한 것 같다. 인생에 대학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뭔가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느끼고 있다.
동건: 부정적이다. 중․고등학교 때 대학이 인생의 목적인 친구들을 많이 봤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대학을  가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 게 생각한다. 이런 사회가 변했으면 좋겠다.
지섭: 솔직히 말하면 진절머리 나기도 하지만 경쟁사회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생각도 갖고 있 다.
혜교: 아무리 학벌사회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도 학벌이라는 것은 사람을 평가하는 데 가장 편한 방법인   것 같다. 명문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다해서 학교에 입학한 것이고 성실하다는 증거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벌이 전부라 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들이 생각하는 대학의 모습은 무엇인가?

지섭: 내가 생각하는 대학은 미래에 더 멀리 뛰기 위해 준비하는 장소다.
효주: 세상으로 나가기 전 준비운동. 학생들이 넓은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건: 대학이란 맛있는 음식!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입은 즐겁겠지만 반드시 먹어야 하는 건 아니다. 이처 럼 대학도 나오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필수적으로 요구 되는 사항은 아닌 것 같다.
혜교: 대학은 말 그대로 큰 학문을 배우는 곳 같다.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하고 취업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이들이 대학에 진학을 한 이유는 바로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 두려움은 ‘대학을 가야한다는 주변 분위기’와 대학에 가지 않으면 ‘루저’가 된다는 인식에서 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은 ‘대학 졸업을 하지 않고서는 먹고살기 힘들’게 된, ‘학벌이라는 것은 사람을 평가하는 데 가장 편한 방법’이 된 우리 사회, 즉 학벌사회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기도 하다. 학벌이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또 결정적인 요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대학 진학 여부, 나아가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 하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거의 결정짓는다는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우리 20대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학벌사회, 이게 최선입니까?

 김의한,정다정 기자

han@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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