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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버티고 견뎌라, ‘느영나영 국토대장정’

한계를 함께 이겨낼 수 있었던 경험

박사랑 선임기자
- 5분 걸림 -

 7월 1일. 등엔 무거운 짐을, 가슴엔 ‘군산시’ 마크를 단 조끼를 입고 우리는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나는 언론사 편집장으로서 총학생회 측으로부터 스태프 제안을 받아 참여하게 됐으며 국토대장정 참가자들은 서류부터 체력검정, 면접을 거쳐 선발했다. 그렇게 시작된 느영나영 국토대장정은 재학생 86명, 스태프 10명, 교직원 12명, 총 108명으로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번 대장정은 4·3 유적지, 성산 일출봉, 한라산 등을 비롯해 약 155km의 제주도 일대를 걷는 코스로 짜였다.

 우리의 일정은 7월 1일부터 8일까지 꽤 긴 여정으로 첫째 날엔 출정식을 하고 제주도로 이동 후, 둘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단원들은 신이 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었고 ‘파이팅’을 외치며 흥을 북돋아 줬다. 그리고 무한히 펼쳐진 바다와 현무암과 돌고래 등의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보며 걸으니 더욱 여행을 온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숙소에서 발 상태를 보니 커다란 물집이 군데군데 잡혀있었다. 나뿐이 아니라 다른 스태프와 단원들의 상태도 마찬가지였다. 이어진 셋째 날은 가장 길이가 긴 코스여서 전날의 후유증으로 그만큼 많은 사람이 열외를 했고 숙소에 도착했을 때 지쳐서 주저앉아버린 사람도 많았다.

 나의 역할이었던 스태프는 특히 적은 인원으로 훨씬 많은 사람을 인솔해야 했고 교통통제를 해야 했다. 통제하느라 뛰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도 제대로 쉬지 못해 그들은 단원들보다 많이 지쳐있었다. 평소에 걷는 걸 좋아하는 나조차 더운 날씨와 끝이 안 보이는 길에 지치기 시작했고 몸도 서서히 아파졌다. 걷는 것도 힘들어서 열외 하는 동안엔 엉엉 울기도 했다. 남아서 뛰고 있는 스태프들에게 미안해서였다.

 매일 보건실에는 물집부터 시작해 다양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로 넘쳤고 너무 힘들다며 후회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함께라서’였다. 내가 빠지면 우리 조원들의 사기가 낮아질까 봐, 다들 힘든데 나만 빠지면 안 되니까 버티고 견뎌내고 있었다. 조장들은 조원들을 격려했고 서로의 손을 잡아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걸 바라보면서 고작 7박 8일이지만 나도, 그리고 서로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인상 깊었던 일정은 6일 차에 진행된 한라산 등반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는 한라산은 높기도 했지만 큰 돌이 많아 꽤 험난했다. 악에 받쳐 올라가다가 지칠 때쯤엔 주변에서 얼음물을 내주기도 했고 응원을 해주기도 했다. 그걸 보면서 많은 힘을 얻기도 했고 덕분에 다 같이 정상에서 멋진 경치를 보게 되었다. 마지막 날 수료를 하면서 그동안의 일정을 되돌아볼 때 한라산 등반이 가장 힘들었는데 그게 기억에 남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 국토대장정 단체사진 / 촬영 : 박사랑 편집장

나는 그동안 국토대장정이라고 하면 ‘한계’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하지만 “제 한계를 극복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던 여러 참가자의 다짐이 익숙해져 정말 한계를 쉽게만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그동안 한계라는 걸 경험한 적이 있었을까? 내가 가장 약해졌을 때를 볼 수 있고 내가 가장 강해졌을 때도 볼 수 있었던, ‘함께’라는 의미가 새롭게 쓰였던 대장정. 이제는 이 글을 읽는 학우가 이 대장정에 도전을 외쳐보는 건 어떨까? 오늘보다 강한 내가 되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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