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테마에세이) 21세기 대학의 역할
2014년 새 학기의 시작과 동시에 학교에는 봄바람과 함께 변화의 바람이 불어 왔다. 학교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 중 하나는 2015년 예술 대학의 세라믹 컨텐츠 디자인학과가 폐과가 된다는 소식이었다. 또 한 가지는 내가 다니고 있는 행정학과가 2015년 경제학과와 통합되어 행정경제학부로 바뀐다는 소식이었다.
이처럼 교육부의 학과 통폐합을 통한 대학교의 구조조정의 물결이 어느새 내가 다니는 학교까지 와있었다. 이러한 움직임의 문제점은 비인기학과와 인문사회계열의 학과의 통폐합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부의 구조조정은 취업률과 신입생 충원율을 높은 비율로 평가한 지표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지표는 학교가 취업률에 더욱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교육부의 주도로 대학교가 진리의 상아탑이 아닌 취업양성소로 본격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의 원인은 사회전반에 깔려 있는 취업에 대한 어려움 때문일 것이다. 취업난이 심화됨에 따라 대학생들의 대학교의 입학하는 동기가 변화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키워줄 수 있는 대학교를 선택하고 대학교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학생들을 뽑아서 잠재력을 발현시켜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현재의 대학생들은 자신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학교와 전공 보다는 학교의 간판을 최우선으로 두고 그 다음에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선택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학생들을 많이 모집해야 하는 학교 입장에서 다른 학교와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취업에 유리한 학과들에게 집중하여 투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원인에 기인한 대학교의 취업양성소로의 변화는 정말 학생들과 학교에게 최선의 전략일까? 자본주의 경쟁체제에 따라서는 당연하게 보이는 이 변화는 당장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순 있어도, 장기적으로 보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교육부의 구조조정 끝에 대학교의 사회과학대학에서는 경영학과만이 존재한다고 치자. 이 상황 속에서 학생들은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회사에 이력서를 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업들은 비슷한 능력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학생들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다양성과 창의력은 대학교에서 취업에 유리한 것들만 배우기 때문에 말살되었다. 다양성과 창의력이 없기 때문에 기술발전은 더디며,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 때문에 기업들은 쇠퇴하고 주어진 일자리도 줄어들게 된다. 결국 한정된 일자리는 다른 학생들 보다 특출나게 재능이 뛰어난 혹은 뒷 배경 속된 말로 빽이 있는 학생들의 차지가 된다. 창의력과 다양성이 말살된 이러한 사회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과 차별화하여 비교우위에 서는 대신 기존에 대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다른 학생들보다 비교우위에 서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한다. 즉 남은 학생들은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보다 더 치열한 경쟁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 극단적인 경우를 살펴보았지만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현실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이러한 변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학생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할까 학교가 먼저 바뀌어야 할까?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질문처럼 답을 쉽게 내릴 수 없는 질문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학교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다양한 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의 인식을 바꿔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교는 이러한 경쟁위주로의 변화에서 탈피하여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까? 나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교는 학생들에게 주어진 파이를 많이 먹는 방법을 위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경쟁시키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경쟁의 방법보다는 주어진 파이의 크기를 키워 모두가 능력껏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대학교는 파이를 이루고 있는 구성요소들을 키워서 파이 전체를 키워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주어진 파이를 두고 경쟁을 부추기는 현재의 태도에서 벗어나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는 것이다.
파이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서는 대학교는 학생들을 강의실 밖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지역사회의 차원을 넘어서서 세계를 무대로 학생들이 경험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에서 강의와 책을 통해서 배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오로지 경험으로만 채워나갈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러한 경험은 지나친 경쟁으로 지쳐있는 학생들에게 생기를 북돋아 줄 수 있다. 또한 대외적인 경험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사고를 가능하게 하고 견문을 넓힐 수 있다. 단순히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느끼고 배울 수 있는 대외활동들을 학생들에게 장려하는 것이 앞으로 대학교가 지향해야 할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대내적으로는 다양한 학문의 융‧복합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 순수학문의 단편적인 접근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다양한 학문의 융합과 복합을 통해서 보다 새로운 문제해결방법을 도출해낼 수 있다. 내가 배우고 있는 전공 중 하나인 행정학은 기존의 전통적 이론을 토대로 더 나아가 경제학의 이론과 수학이론을 접목하여 재정행정학문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러한 학문의 융‧복합을 위해서는 학과 간에 존재하는 벽을 허물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학교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즉 다양한 시각과 지식을 가진 학생들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학교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교와 학생들과의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 측과 학생은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통해서 학교와 학생들 간의 신뢰를 쌓을 수 있어야 한다.
위에서 밝힌 군산대학교의 세라믹 디자인학과의 폐과 문제도 학생들에게 충분한 설명 없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통보이었다. 그리고 내가 다니고 있는 행정학과의 경제학과와의 통합문제도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의견수렴을 하지 않은 학교 측의 통보였다. 학교와 학생들 간의 주어진 문제해결을 위한 의사소통이 있었더라면 이 문제는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들이며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 존재한다. 학교가 아무리 좋은 파이를 위한 재료를 준비해준다고 하더라도 파이를 만드는 것은 학생들의 역량이며 파이를 익히는 것은 학생들의 열정이기 때문에 학교와 학생들의 의사소통 문제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학교 혹은 학생들의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의사소통구조가 아닌 학생들과 학교가 상호간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대학교와 학생들 간에 의사소통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이상 학교의 역할에 대해 정리하면 학교는 자본주의 사회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 경쟁이라는 조류에 편승하고 부추기기 보다는 조화와 협동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학교는 대외적으로 학생들을 이끌어나갈 수 있어야 하며 대내적으로는 학생들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학문 간의 융‧복합을 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학교의 역할을 통해서 21세기 전문적이고 다양한 사회에 맞는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학교의 역할 속에서 길러진 학생들의 사회에 나와서 점진적으로나마 경쟁위주의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 혼자만 파이를 독차지하는 그런 세상이 아닌 모두가 큰 파이를 먹을 수 있는 세상이 이러한 대학의 역할 속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소감문
평소에 그냥 흘려보냈던 군산대학교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에 참가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심사위원 분들의 눈에 띄어 당선이 되게 되었습니다.
황룡 학술·문학상이라는 기회를 통해서 군산대 학우들과 군산대의 발전방향에 대하여 저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분이 좋습니다.
비록 짧고 부족한 생각이지만 이렇게 가작으로 입상이 되어 신문에 실려 학우들에게 읽힌다고 생각하니 살짝 흥분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신문에 올라온 저의 글을 통해 많은 학우들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통해서 군산대가 한발 더 발전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에 다가오는 황룡문화제에도 많은 학우 분들이 참여하여 문학적 소양과 자신의 생각을 기고하여 군산대가 깨어있고 살아있는 대학교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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