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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처럼

이관호 기자
- 5분 걸림 -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속담을 다들 한 번씩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모두의 마음을 관통하는 뜻깊은 격언이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내가 주변인들을 대하고자 하는 태도이다. 처음 대학교에 발을 들였던 올해 3월,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건 언제나 쉽지 않은 내게 의미가 컸던 달이었다. 대학교는 고등학교와 달리 수동적인 삶이 아닌 본격적으로 능동적인 삶을 시작해야 하는 곳이었기에, 나는 주도적으로 나를 알릴 수 있는 대학교 활동 찾기에 몰입했다. 그러던 중 ‘언론사 수습기자 모집 공고’가 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그려왔던 기자라는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었고, 그 외에도 다른 조건이 매력적으로 접근했기에 고민하지 않고 바로 지원했다.

언론사에 합격한 후 첫 안건 회의에 발을 딛으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우선 고등학교 때와 달리 직접 안건을 찾아 준비해야 했고, 안건을 제시해도 일부 안건이 채택되지 않는 때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여느 때보다 신중한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또한, 제시한 안건이 신문에 내기 아쉬운 수준의 안건이 아닐까 노심초사했던 적도 있었다. 다행히도 제시했던 안건 중에 채택된 경우가 어느 정도 있었고, 채택된 안건을 가지고 내가 기사를 직접 쓸 수 있다는 게 나에겐 사소하면서도 행복한 요소 중 하나였다. 정보를 찾거나 내 생각을 정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냐고 관심을 가지고 걱정해주는 주변의 시선도 존재했지만, 나에게 문제 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작성한 기사를 더 많은 이들이 봐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그렇게 채택된 안건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나름 기사를 보기 좋게 작성했을 것이라 여겼지만 수많은 경력을 지닌 기자 선배님들의 교정 앞에 나의 첫 기사문은 교정을 여러 차례 당했다. 그때 이후로 기사문을 보는 이들의 관점은 매우 다르니, 그들의 입장도 생각해 기사문을 보내기 전 수 없이 고쳐 쓰고 읽어봤다. 시행착오를 겪고 난 후, 나의 입장을 주된 관점으로 두어 기사를 적기보다 기사를 읽을 이들의 관점을 염두에 두며 푹 익은 벼처럼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기사를 적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다졌다.

언론사 활동을 시작한 지 어언 6개월 정도가 지나가고 있다. 처음 활동을 시작했던 3월에 비해서 큰 성장을 해 온 것을 몸소 느꼈다. 처음에는 신문의 적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짧은 기사에 내 생각을 드러냈고, 지난 556호에는 큰 기사를 적으며 영향력을 대폭 넓혔다. 특히 큰 기사를 적을 때 고등학생 때에도 많이 하지 못했던 인터뷰가 필요했다. 인터뷰를 위한 질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질문이 무엇인지, 어떤 질문이 독자에게 흥미 유발을 가능케 할지 많은 심사숙고를 했던 것 같다.

나는 아직 추수할 시기를 향해 익어가고 있는, 고개를 숙이지 못하고 꼿꼿하게 펴져 있는 벼와 같다. 그만큼 나에게는 경험과 지혜가 다른 이들에 비해서 매우 부족하다. 하지만 신문을 읽어주는 모든 독자와 선임 기자들의 경험과 관심을 먹고 자라고 있다. 수동적인 삶만 살아왔던 나에게 능동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양분을 제공해 줄 수 있도록 손잡아준 언론사에도 큰 고마움을 느낀다. 더 많은 선택과 기회를 제공한 덕분에, 오늘도 나는 이들이 제공하는 큰 도움을 몸소 느끼며 기사를 써 내려갈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될 나의 언론사 활동에 함께하는 수많은 금빛의 벼들이 고개를 숙이며 함께할 것이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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