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지만 드물게는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 이유도 제각각이어서 때로는 선의에서, 가끔은 악의에서 차서, 대개는 별다른 의도 없이 타인 혹은 스스로를 속이곤 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가. 당신은 거짓말을 잘 하는 편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에 불과하지만, 나는 소설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거짓말이 그러하듯 소설 역시 치밀한 인과 없이는 단 한사람도 속여 넘길 수 없다. 소설 속 세상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현실보다 더 적나라한 현실의 이면을 담고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독자로 하여금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완벽하게 무너졌다고 느끼게 하는 소설이야 말로 진짜 소설인 것이다.
토요일 저녁,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는 외진 산장에 여섯 명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연쇄살인범을 다루는 인터넷 사이트 ‘실버해머’의 우수회원들로, 사이트 관리자인 ‘악마’의 초대를 받고 산장을 찾았다. 온라인 활동을 활발하게 해오긴 했지만 오프라인 모임은 처음인 그들은 어색할 수밖에 없는 시선을 나누며 주인장을 기다린다. 그러나 밤이 깊도록 파티의 주최자인 ‘악마’는 나타나지 않는다. 어색함을 견디다 못한 여섯 명은 원목 장식장을 가득 메운 각종 위스키와 브랜디 중 일부를 꺼내 놓고 둘러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잭 더 리퍼, 존 웨인 게이시, 해럴드 시프먼, 에드워드 게인, 에드먼드 캠퍼, 테드 번디 같은 희대의 살인마들을 안주 삼아. 시간이 흐를수록 벽에 늘어선 빈 술병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그들 모두는 얼큰하게 취해간다. 희붐한 새벽빛이 산등성이를 넘어올 즈음, 여섯 명은 깔끔하게 정돈된 여섯 개의 방으로 흩어진다. 물론 그때까지도 ‘악마’는 나타나지 않는다.
자, 이쯤에서 한 가지씩 되짚어보자. 어딘가 미심쩍은 초대, 외진 산장, 공통점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사람들, 나타나지 않는 주인, 연쇄살인범…… 이쯤 되면 앞으로 이 여섯 명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사건을 일으키는가 하는 것이다. 누가 어떤 식으로 사건을 일으키는가에 따라 이야기는 얼마든지 새로워질 수도, 또 진부해질 수도 있으니까. 조언컨대, 첫 번째 이야기가 끝나고 ‘누가’, ‘어떻게’ 사건을 일으켰는지에 대한 의문이 해결되었다 해도 반드시 다시 한 번 되짚어보시라. 어딘가 미심쩍은 초대, 외진 산장, 폭설이 쏟아지는 숲, 나타나지 않는 악마, 잠이 든 사람들, 한 구씩 늘어나는 시체, 마지막 순간에야 드러나는 게임의 규칙…… 그렇게 되짚어가다 보면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 의문이 하나 떠오를 것이다. 도대체 왜? 그렇다. 이야기에 있어 가장 마지막 순간에 떠오르는 의문이자 모든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바로 그 ‘왜’인 것이다. ‘왜’에 비하면 ‘누가’와 ‘어떻게’는 오히려 사소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또 하나, 이 소설에는 네 개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미지가 존재한다. 그 이미지야 말로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진짜 이야기, 다시 말해 ‘왜’의 실마리가 되어 준다. 그것을 통해 소설 속 인물들은 죽음에 대한 저마다의 입장을 정리하고 바로 그 이미지를 투영하며 반복되는 꿈, 꿈, 꿈, 꿈들을 통해 우리들 역시 세상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게임의 규칙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삶은 말 그대로 폐쇄된 미로와도 같고 우리들은 그 속에서 게임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까지도. 물론, 그 이미지가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 역시 여러분의 몫이다.
이 기묘한 소설(혹은 거짓말)이 여러분에게는 무엇을 건네주게 될지, 새삼 기대가 된다. 누군가는 읽는 내내 작가와의 머리싸움에 골몰하게 될 수도, 누군가는 가상과 현실을 분리하려는 시도를 해볼 수도, 또 누군가는 적나라한 죽음의 야만성에 혀를 내두르며 책장을 덮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쪽이든 여러분이 여러분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또 한 사람의 젊은 작가를 발견했음에는 변함이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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