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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은 자는 먹지도 말라

김선주 선임기자
- 5분 걸림 -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려면 지켜야할 규범들이 많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여러 가지 덕목들을 배워왔다. 부모에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고, 친구 사이에 신의를 지키고, 정직하게 살라 등등.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은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않겠다.’는 정신이다. 우리 사회는 부모의 의무를 강조하면서 자식의 의무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대개 한국 사람들은 부모라면 자식을 위해서 간이나 쓸개도 빼놓고 일해야 되고 때로는 목숨까지 바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식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제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의 사랑을 무한히 받으며 언제까지나 부모에게 어리광이나 피우면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의식이 우리 문화의 깊은 곳에 잠재하고 있는 것 같다.
 이른바 캥거루 족과 니트 족(Not currently engaged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수백만 명이라는 사실이 이 가설을 뒷받침해준다. 캥거루 족은 어미 뱃속을 떠나지 못하는 새끼 캥거루처럼 부모 곁을 떠나지 않고 계속 부모에게 의존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어떤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좀 더 좋은 일자리를 얻겠다는 ‘핑계’로 부모에게 계속 의존하고, 또 어떤 젊은이들은 직장을 얻은 후에도 씀씀이를 감당할 수 없어서 부모에게 손을 내민다. 올해 한 조사에 의하면 20-30대 직장인 20% 이상이 캥거루 족이다. 캥거루족보다 더 심각한 사람들은 니트 족이다. 그들은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직장을 구할 생각도 직업 훈련을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면서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다. 2009년 한국의 니트 족은 113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무위도식하며 세월을 허송하고 있는 젊은이들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심각한 ‘죄’를 짓고 있는 셈이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법률을 어기는 것만이 죄가 아니다. 사람으로서 행해야할 기본적인 의무를 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죄이다. 성인이 되면 스스로 부모 곁을 떠나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 세계의 기본적인 법칙이다. 이런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람들을 경계하여 기독교의 최고 신학자인 사도 바울은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말했고, 동양의 선현들은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라고 가르쳤다.
졸업 시즌이다. 많은 학생들이 직장을 찾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렇지만 상당수 학생들은 안일하게 ‘좀 더 좋은 일자리가 생기겠지’, ‘아직 취직 못한 학생이 많은데 괜찮아’라고 생각하면서 적극적으로 직장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있다. 그런 학생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젊은이다운 도전 정신과 성인이 되면 독립해야 한다는 의무감이다. 이 두  가지 정신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다면 일자리를 찾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수많은 중소  기업들이 직원을 구하지 못해서 애태워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대기업이나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중소기업에 가지 않은 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힘든 일이 하기 싫어서 혹은 적당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그런 ‘핑계’를 되고 있지는 않는가? 그런 ‘핑계’는 당신의 부모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하고, 종국에는 당신의 인생을 망가뜨린다. 그렇다고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공무원이 되겠다는 꿈을 꾸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런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면 하늘에 부끄럽지 않게 목숨을 걸고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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