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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청색 신호를 제대로 알고 달리자

김태경 기자
- 5분 걸림 -

출퇴근 길, 여느 때와 다름없는 도로 위 교통 정체는 운전자들에게 고역과도 같은 시간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이보다 더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을까. 운전자가 잠깐이라도 다른 곳에 한눈을 팔기라도 하면 조금이라도 더 전진하라며 뒷 차가 경적을 울려대고, 그 사이 앞 차와 잠시 생긴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다른 차가 생기기 일쑤다. 이러한 속사정을 알 턱이 없는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로 위 정체현상은 그저 차곡차곡 정리된 장난감 모형 자동차 같다. 이렇게 정돈되고 질서정연한 풍경, 그 안에는 상대보다 내가 좀 더 앞서 가겠다는 이기심과 기다림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따분함이 자동차 매연이 되어 팽팽한 긴장감을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도로 위에서는 이처럼 매일 크고 작은 심리전이 운전자들 사이에 시시콜콜하게 존재한다. 고로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남들보다 앞서가야 한다. 그 방법이 때로는 치사하고 얄밉다고 하더라도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잠시 운전석에 찾아와 머물곤 한다.
하지만 엄연히 자동차 운전석에 앉은 이상 법에서 정한 자격을 갖추고, 규칙을 준수해야 하는 것이 맞다. 도로 위에는 수많은 자동차, 그리고 그 안에 수많은 운전자, 그리고 생각들이 있다. 문득,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많은 약속들이 우리들의 삶 전반에도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청색 신호를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운전자에게는 자동차가 지켜야할 보행 신호가 정해져 있다. 달리고 멈추는 것이 오로지 운전자의 재량에서 나오는 특권이라는 생각은 크나큰 착각이라는 이야기이다. 내가 원하는 길을 따라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 내 권리라면, 그 과정에서 신호를 지키고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를 배려해야 하는 의무도 존재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도로 위에서는 교통 신호와 규정 속도를 준수하되 흐름을 타듯이 다른 차량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것도 중요하다. 때로는 양보를 할 줄도 알아야 하고, 양보를 받았다면 상대방에게 감사를 전할 줄도 알아야 한다. 도로 위에 나온 이상 다른 운전자들과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착하길 바란다.
같은 에너지로 보다 멀리 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운전하고 있는 자동차에 대해서 잘 알아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같은 노력으로 보다 바르게 성장하고 싶다면 행동의 주체인 나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싶다면 쓰지 않고 비축해두는 것만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용하지 않는 톱은 녹슬기 마련이며, 자동차는 시동을 걸고 도로 위를 질주해야만 그 생명력이 오래 가게 되는 것이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도 그렇다. 신체를 단련하려면 운동을 해야 하고, 정신을 바르게 가꾸려면 건강한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쓰면 쓸수록 더욱 견고해지는 에너지는 마땅히 희망찬 진로를 향해 쓰여야 바람직하다.
앞만 보며 나아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운전과 인생 모두에서 생각해볼 일이다. 기본적으로 전방을 주시하되, 수시로 좌우를 살펴야 하는 운전처럼 인생도 그렇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일들을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가자. 현재의 위치에서 지나온 길과 최종 목적지를 향한 정류장의 위치를 제대로 안다면 그것으로 성공적인 여정이 될 것이다.


김태경 기자
thankstk1202@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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