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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뿐인 수습기자

김상훈 기자
- 3분 걸림 -
김상훈 수습기자 / 사진촬영: 곽승연 기자

처음 난 신문사에 다른 수습기자들과는 달리 기자에 대한 이상이나 큰 꿈을 가지고 들어오지 않았다. 단지 좋아하는 친구가 우리학교 신문사에서 활동한다고 하기에 들어왔다. 그뿐이었다. 신문사가 어떤 곳이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도 몰랐다. 별생각 없이 들어가서 그런지 일이 무척 힘들었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수십 번도 더했다. 나는 짧은 단신을 쓰는데도 큰 어려움을 겪었고 1학기 동안 보도와 단신 두개가 제대로 신문에 올라간 적이 없었다. 성격은 또 얼마나 소심한지 취재를 갈 때는 가기를 망설였고 사진을 찍을 때는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려워 다른 친구들에게 부탁을 하곤 했다. 게으른 성격 때문에 항상 마감에 쫓겨서 기사를 썼고 신문이 발행되는 날에는 신문사에서 접지와 배포를 하는데 그것마저 귀찮아했다.
하지만 신문사 활동을 하면서 내 성격에 변화가 생겼다. 소심하기만 했던 나는 조금씩 활발해졌고 밝아졌다. 옛날에 수업이 없는 시간은 대부분 잠을 자거나 놀면서 보냈지만 신문사에 들어온 후로는 기사를 쓰고 수정 하는데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다 쓴 기사를 보았을 때 오는 뿌듯함은 쓰는 동안에 힘들었던 것과는 비교도 안됐을 정도로 좋았다. 누군가가 내 기사를 읽어주고 새로운 정보를 얻는다는 것, 다른 사람에게 내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른다. 많이 부족하지만 취재를 하면서 사람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배웠다. 의미 없이 보냈을 나의 1학기가 신문사로 인해 뜻 깊고 의미 있게 변했다.
새로운 2학기가 시작되었다. 새로운 마음으로 예쁜 선배님이 계시는 부서로 발령이 난 것까지는 정말 좋았다. 하지만 난 2학기가 되면서 신문사와 병행했던 다른 동아리 활동이 많아졌다. 둘 중에 하나는 나가야 했고 나는 신문사를 나가기로 결정했다. 나는 결국 마지막 까지 이름뿐인 수습기자였다. 내 선택에 후회를 하진 않는다. 하지만 신문사에서 내가 경험한 것들은 나의 남은 대학생활에서도 절대 잊지 못할 기억이다. 훗날 나의 신문사 동기들이 나를 취재하러 오는 그날이 기대된다. 신문사 사람들을 알게 된 걸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 사람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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