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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황룡문학상 문학부문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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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황룡학술문학상 문학상 부문은 예년에 비하면, 그리고 특히 풍작이라 할 만했던 작년에 비하면 조금은 적막해진 느낌이었다. 아마도 공모 시기가 예년과 달랐던 까닭일 게다. 하지만 변함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문학의 본령이라 할 만한 보다 나은 삶에 대한 열망들. 모든 응모작들이 이것으로 끓어 넘쳤고, 이 열망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황룡학술문학상의 존재 의의는 충분하다 싶었다.

이번 황룡학술문학상에는 시 부문에서 총 53명(201편)이, 수필 부문에서 총 7명(17편)이 응모하였다. 응모작의 수는 예년에 비해 다소 늘었지만 작품의 질은 전반적으로 기대에 못 미친 편이다. 우선 수필의 경우에는 삶을 바라보는 통찰이나 개성적인 문체를 드러낸 작품이 전혀 없어 안타까웠다. 수필이란 장르의 본질적 특성이 무엇인가를 염두에 둔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시 부문의 경우에도 시쓰기의 기본을 익히지 않은 태작(怠作)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부 응모작들은 개인의 내면이나 삶의 풍경을 날카롭게 응시하고 이를 참신한 이미지로 그려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여 다행스러웠다. 가작으로 선정한 이정환군의 「거미가 된 사내」는 그중에서 시적 성취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작품이다. 「거미가 된 사내」는 우리 주변에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한 가난한 사내의 삶을 소재로 하고 있다. 가난으로 인해 삶의 ‘탄력’을 잃어버렸지만 그럼에도 보다 나은 삶에 대한 ‘꿈’을 놓지 않으려는 사내의 고투에서 글쓴이가 꿈꾸는 삶의 진실이 어떠한지 엿볼 수 있다. 그 사내가 이루어 놓는 삶의 풍경을 거리를 두고 포착해내는 화자의 건조한 시선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거리두기와 건조한 시선 때문에 이 작품은 산문시임에도 시로서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보다 정진하여 좋은 시를 창작하는 시인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소설 평론 부문은 응모작이 눈에 띄게 줄었다. 소설 부문은 10명(11편)이, 그리고 평론 부문은 3명(3편)이 응모하였다. 반가웠던 것은 응모작의 양은 줄었지만 수준은 녹녹치 않았다는 점이었다. 소설 부문에서는 최솔양의 「펑크 스트리트」가 단연 압도적이었다. 「펑크 스트리트」는 어느날 갑작스레 핸드폰이 고장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사물이 주인공이 되고 인간은 오히려 사물의 도구로 전락한’ 현대인의 실존 형식을 날카롭게 묘파한 소설이었다. 우선 충분히 개성적이라 할 만한 문체가 눈에 띄었고, 독자들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낼 만한 묘사력도 좋았다. 하지만 소설 마지막 부분의 갑작스런 반전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였다. 평론 부문에서는 조영운군의 「그리스인 조르바」가 읽을 만했다. 다른 응모작들이 자신의 말을 하고 싶은 의지가 너무 앞서 대상 작품의 사실내용과 거리가 먼 자의적인 해석이 적지 않았던 반면, 이 평문은 대상 작품에 대한 열렬한 존중과 꼼꼼하고도 치밀한 읽기가 돋보였다. 하지만 대상 작품을 어떤 맥락 속에 위치시키지 못하고 작품의 주석달기에 급급한 점은 불만이었다.

결국 올해의 황룡학술문학상 문학 부문 수상작은 최솔양의 「펑크 스트리트」, 이정환군의 「거미가 된 사내」, 그리고 조영운군의 「그리스인 조르바」로 사이의 경쟁으로 압축되었다. 하지만 당선작과 가작을 고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만큼 최솔양의 「펑크 스트리트」이 문제의식에 있어서나 그것을 표현해내는 능력에 있어서 압도적이었다.

당선자들에게 축하를 보내며, 모든 응모자들의 정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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