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사회의 요구와 동떨어진 교육을 시킨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실제로 기업들은 신입사원의 재교육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가장 많은 고급두뇌를 보유한 대학은 연간 수 만 편의 논문을 양산하지만 아쉽게도 산업발전과 쉽게 연결되지 못한다. 그래서 근년에 들어 대학교육방식이 변하고 있다. 대학은 상아탑의 우아한 외투를 벗고 사회와 산업현장의 목소리에 적극 귀 기울이게 되었다.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려고 교육과정을 손보고 있다.
우리 대학도 산학협력과 현장밀착형 교육에 대학의 명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대단위 산업단지, 새만금 캠퍼스, 교육중심대학 등의 여건에 비추어 볼 때 이런 방향 설정은 현실적이며 시의적절하다고 하겠다. 올해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평가에서 우리 대학은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동안 꾸준히 전개해온 산학협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장실무형 인재육성에서 꼭 있어야 할 것이 간과되고 있으니 곧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 교육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3위의 지식재산 강국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분쟁에서 보듯이 세계는 지금 지식재산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특허,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 저작권으로 구분되는 지식재산권에 더하여 요즘은 노하우, 영업비밀을 포괄하여 지식재산이라고 한다. 생산현장 뿐만 아니라 의식주, 서비스산업, 문화예술계에 이르기까지 지식재산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밥상에 올라오는 반찬에도 로열티가 붙어있다. 지식재산 침해소송에 휘말려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는 다반사다.
우리가 단기간에 세계 최고의 산업기술 강국이 된 데는 지식재산이 큰 역할을 했다. 1960-70년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매우 빈약했다. 아니 내세울만한 기술은 아예 없었다고 해야 옳겠다. 있다면 일본제를 베끼는 '짝퉁' 기술이 있었을 뿐이다. 이런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도전정신과 창의력을 무기삼아 신기술 개발에 진력을 다했고, 기술을 아이디어 단계부터 철저히 관리하여 특허로 등록했다. 그 결과 오늘날의 기술대국이 되었다. 국산 TV가 세계 시장의 1/3을 장악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최고의 영상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부지런히 수출해도 막대한 기술료를 지불하면 남는 게 없었던 아날로그시대에 미래를 대비하여 지식재산으로 기술을 축적한 결과이다. 미국은 미키 마우스 로 70년간 전 세계에서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 이처럼 지식재산은 기업 차원을 넘어서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무형의 지식재산이 기업가치의 핵심으로 인식되면서 대학들도 이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여러 곳에 전문대학원이 설립되었고, 지식재산 강좌가 개설되지 않은 대학이 없다. 우리 대학도 ‘지식재산과 창업 마케팅’이라는 과목이 교양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는 산업체가 요구하는 수준에 턱없이 모자란다. 이공계열을 중심으로 전공과 연계한 IP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대학원에 심화과정을 개설해야 한다. 교수의 지식재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연수, 세미나도 개최해야 한다. 요즘 청년창업을 많이 권장하는데 발명과 지식재산 없는 창업은 사상누각에 불과할뿐이다.
우리 대학이 지향하는 산학협력이 제대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IP 교육이 필수인데, 이를 위해서는 행정력과 예산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를 각 학과의 자율에 맡겨둘 일이 아니라 학교 차원에서 방안을 마련하고 적극 지원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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