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송으로 민간투자사업을 바로 잡자
지난 10월 10일 한겨레신문은 ‘용인시민들이 김학규 용인시장을 상대로 경전철 관련자 39명에게 1조 127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요구하는 주민소송을 냈다’고 보도했다. 손해배상청구 대상에는 이 사업의 수요를 예측해준 한국교통연구원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일은 지방자치단체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중요한 첫걸음이 될 전망이다.
용인시 경량전철사업 용역은 1996년 처음 발주되었고, 건설교통부의 도시철도 기본계획이 기획예산처의 승인을 받은 후, 한국교통연구원의 사업계획평가를 거쳤다. 2004년에 캐나다의 봉바르디에(봄바디어) 컨소시엄과 사업실시 계약이 체결되어 5년 동안의 공사 후 2010년 완공되었지만, 최소운영수입보장 문제로 개통이 무기한 연기된 채 이정문 전 용인시장이 구속 기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지난 4월 비로소 개통되었다.
당시 계약체결 내용을 보면, 1일 승객을 15만 3천명으로 예측(이후 16만 1천명으로 수정)하고 최소운영수입보장률을 90%로 하였다. 최소운영수입보장률이란 실제수요가 계약수요에 못 미치면 그 계약수요의 일정 비율(이 경우 90%)에 해당하는 만큼의 수익을 보전해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개통 후 100일 동안 실제승객수는 하루 평균 9천여명으로 예측치의 16분의 1에 불과했다. 당연히 수익을 보전해 주어야 하는데, 그 금액이 매년 473억원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체건설비의 약 37%를 국비 및 지방비로 충당했기 때문에 결국 용인시는 30년 동안 매년 평균 1,093억원을 부담해야한다. 용인시의 부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많은 민간투자사업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전개과정은 이렇다. 수요부족으로 정부의 타당성심사를 통과하기 힘들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정치권을 동원하여 강력히 요구하면 정부재정투자지분을 크게 낮추어 책임회피 장치를 만든 후 슬며시 통과시켜 준다. 통과된다 해도 지방자치단체가 그런 사업 내용으로는 민간투자자를 구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요를 부풀리고, 부풀려진 수요를 바탕으로 최소운영수입보장률을 높여서 민간투자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수요는 계약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사업은 결국 세금 먹는 불가사리로 변신한다.
민간투자사업이 심각한 이유는 그 결과 때문이다. 먼저 주민들에게 가장 크게 다가올 문제는 지자체가 파산할 가능성이다. 이미 미국의 여러 도시들이 겪고 있듯이, 지자체가 파산하면 부동산가격의 폭락, 세수 감소로 인한 복지∙행정의 마비, 그리고 지역 주민의 자산이 압류될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지자체 부담금이 전입되지 않으면 사업시행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이때 지역주민은 공동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부풀려진 수요와 높은 최소운영수입보장률은 마치 매우 높은 이자율을 보장 받고 장기 투자하는데 그 이자를 시민이 부담하는 것과 같아서 보통 30년 동안 합법적으로 시민의 세금을 갈취해간다는 점이다. 이런 특혜에 비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 부족을 야기해 복지예산 부족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시설 건설에 민간투자를 확대해야만 하는 악순환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따라서 정치 및 관료사회가 책임성과 정직성을 가지고 일하는 사회가 정착될 때까지는 주민이 책임을 묻는 수밖에 없다. 특히 합리적인 판단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유일한 제동장치 역할을 해야 할 국책연구기관의 학자들이 범죄자로 동참하는 일을 차단해야 한다. 이번 주민소송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촉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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