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에는 황룡필독서라는 과목이 있다. 이 과목은 본교 교수님들께서 대학생활을 하며 꼭 읽어야 할 100여권의 책을 선정하신 뒤 많은 학생들이 더 많이, 올바르게 읽기를 권장하기 위해 개설된 과목이다. 이번학기에 들어서는 학생들이 도서를 접할 기회를 늘려주시고자 황룡도서관에 황룡필독서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여러모로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독서 신장과 인재육성을 위해 학교답게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지금 학생다운가?
나는 이번 학기에 황룡필독서라는 과목을 통해 ‘맹자(孟子)’를 읽고 있다. 매 수업 시간마다 역사적인 사실과 흐름을 배우고, 맹자의 행동과 생각하는 것들을 배우며 변해야겠다는 깨달음을 배운다. 매 시간의 수업은 내가 깨닫고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들이지만, 공자의 정명사상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한 부분에서는 학생으로서의 내 모습을 다시 뒤돌아보고, 앞서 내다보게 만들었던 것 같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라는 아주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숨을 쉬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껴 인식하고 지내지 못하는 것처럼 ‘-답게’의 의미를 잘 인식하고 지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학교는 나날이 학생들의 복지와 역량강화를 위해 시설과 교육적인 사업의 폭을 넓히며 학교다운 활동들을 펼치고 있고,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개인의 연구를 하며 학교와 학과, 학생을 위하는 일을 한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더, 그 학교에 재학 중이며 그 교수들 밑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은 지금 학생다운가?
학생은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는 사람이다. 학생은 학교에 다닌다. 학생은 공부를 하는 사람이다. 학교에 다니는 사람이 학생이 아니라 공부를 하는 사람이 학생인 것이다. 우리는 학교에 다닌다. 우리는 공부를 하는가? 여기서 공부란 학문을 익히고,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배우고, 자신에게 적용시켜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를 말한다. 대학생이라는 이름답게 큰 학생이 되었다면 초등, 중등, 고등학교 시절의 수동적인 교육을 받고 학습하는 것을 넘어서 능동적으로 교육을 받고 공부하는 사람이 되어야 된다. 학생이 속한 모든 것은 학생들을 위해 스스로를 스스로답게 책임지고자 노력하는데, 정작 학생들은 그들 노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면 그건 학교답게 노력하던 학교를 학교로 인정하지 않는 행위이며, 교수답게 책임을 다하던 교수를 교수로 인정하지 않는 행위이다. 자신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것. 자신의 직책이 창피하지 않게 책임을 다하는 것. 결국 모두가 각자답게 역할을 해주어야 인정받고, 인정하고, 서로에게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가 더 학교다워지고, 교수가 더 교수다워지기 위해서는 먼저 학생이 학생다워져야 한다. 지금 나는 2013학년 2학기를 끝으로 6학기의 짧고도 긴 군산대학교에서의 대학생활을 마치는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시간동안 나는 과연 학생답게, 김현경답게 지내왔는지 생각해본다. 학생답지 못했던 점이 부끄럽기도 하고, 부끄러워지지 않고자 학생답게 열심히 노력했던 모습도 떠올라 잔잔한 미소가 띄어진다. 막 학생다워지려는 때에 학교를 떠나야 하는 점이 아쉽기도 하지만, 이제 나에겐 졸업생답게 학교를 사회에서 더욱 더 빛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만 남았다. 새만금 선진대학, 국립군산대학교는 이 시대를 이끌어갈 나보다 더 뛰어나고 훌륭한 8000명의 학우들이 더욱더 학교를 학교답게 빛내어 주리라 믿는다. 먼저 내가 나다워지지 않으면, 나를 도와주는 모든 것들도 그들다워지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모두 나다워 질 수 있고, 곧 학생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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