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과 사랑 그리고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장소
은파호수공원으로의 산책
“봄바람이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그룹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벚꽃엔딩(Cherry Blossom Ending)’의 한 소절이다. 이 노래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벚꽃이 만개한 아름다운 거리를 걷고 있는 연인들의 모습이 절로 생각나게 만든다.
어느덧 매서운 바람은 저 멀리 물러나고 따뜻한 봄바람이 우리들의 얼굴을 간질이고 있다. 이 좋은 날 친구, 연인과 함께 가사의 한 소절처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보고 싶지 않은가? 마침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에 안성맞춤인 장소가 우리 대학 가까운 곳에 있다. 그곳은 바로 은파호수공원이다.
벚꽃이 흩날리는 은파호수공원
4월 중순, 벚꽃이 만개하는 시절 은파호수공원을 방문한다면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호수 주변에 놓여 있는 산책로를 따라 빽빽하게 줄지어 선 벚나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매년 은파호수의 벚꽃을 보기 위해 군산을 찾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은파호수공원에서 벚꽃을 찾아볼 수 없다. 개화한 지 10일 내외로 져 버리는 벚꽃의 특성 때문이다. 올해 은파의 벚꽃을 보지 못했다면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아쉬워하지는 말자. 은파호수공원은 벚나무 외에도 수십 수백 가지의 매력을 지닌 곳이니 말이다.
멋과 낭만의 산책로
은파호수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산책로로 발걸음을 향해보자. 산책로는 아스팔트가 아닌 흙으로 덮여 있다. 그래서 산책로를 걷다보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박자박’ 모래 밟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한 산책로 곳곳에 심어져 있는 각양각색의 꽃들도 볼 수 있다.
날이 어두워지면 길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가로등엔 노란 불빛이 밝혀지고 곳곳에 위치한 스피커에서는 잔잔한 호수와 어우러지는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온다. 산책로에 설치돼 있는 벤치에 앉아보자. 귀로는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피아노 연주를, 코로는 싸하게 다가오는 물비린내를, 눈으로는 요동치지 않고 고요하게 자리 잡고 있는 호수의 물결을 감상 할 수 있다. 가끔 물고기 한 마리가 튀어올라 잔잔한 호수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키기도 한다.
물빛다리 사랑 만들기
호수공원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길이 370미터 넓이 3~9.8미터에 이르는 물빛다리는 그 규모부터 남다르다. 다리는 그냥 봐도 멋있지만 해가 지고 조명이 켜졌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초록, 빨강, 파랑 등 다양한 색의 옷을 갈아입으며 변하는 다리의 모습은 방문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물빛다리에는 사랑 만들기 절차가 있다. 우선 사랑의 문이 있는 진입부에서 다리의 반대편까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어간다. 다리 끝까지 가고 나면 다시 진입부로 돌아오는데 돌아오는 길에 사랑체험봉에 들러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 혹은 프러포즈를 하는 것이다. 만약 사랑이 이뤄졌다면 연인과 함께 사랑의 문을 세 번 가볍게 두드리고 손을 잡고 나오면 된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사랑의 문 앞 광장에 설치된 솟대에 소원을 적은 사랑패를 걸어 놓는 것이다. 매년 여름 불꽃축제 기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랑패가 걸려 있는 솟대를 불사르며 사랑을 축복하고 소원을 기도하는 행사를 한다.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는 장소
은파호수공원은 멋과 낭만 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도 간직하고 있다. 호수공원에는 일제에 항쟁하며 일생을 바친 군산, 옥구 출신 독립유공자 12인의 각인을 새겨 넣은 독립유공자 충혼탑부터 월남참전기념비, 6.25전쟁 참전 기념비, 호국무공수훈자 공적비 등 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웅들을 기리는 조형물들과 노무현 대통령 기념식수, 새마을운동 기념탑, 자연보호헌장탑 등 의미 있는 조형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군산에서 태어난 고은 시인의 시비가 세워져 있기도 하다. 시비에는 고은 시인의 ‘삶’이 새겨져 있다. 연인의 손을 잡고 고은 시인의 시비를 찾아가 ‘삶’을 감상 해보는건 어떨까.
이제 봄이 얼마 남지 않았다. 6월이 되면 더위와 시험에 시달리느라 산책은 생각도 할 수 없을지 모른다.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지금, 책상 앞에서 잠시 벗어나 친구·연인의 손을 잡고 은파호수공원으로 가 봄 햇살에 몸을 맡기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보자.
은파호수공원 생성설화
옛날 심술궂은 부자가 살았다. 하루는 거지 중이 심술궂은 부자에게 시주를 요청했다. 이에 부자는 오줌 바가지를 가져와 중의 시주그릇에 한가득 부어버렸다. 이를 본 부자의 며느리는 중을 딱하게 생각해 쌀 한 되를 시주하며 시아버지의 잘못을 빌었다. 중은 잠시 며느리를 바라보더니 자신은 부처님의 사자로 부자가 하도 독하다 하여 확인하러 온 것이며, 부자는 곧 화를 입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며느리에게 곧 들이닥칠 화를 피해 자신을 따르라고 했다. 그리고 절대 뒤돌아보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잠시 후 아이를 업고 정신없이 중을 따르던 며느리는 시아버지가 걱정되는 마음에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는데, 큰 파도가 마을을 뒤덮고 있었다. 중의 말이 생각난 며느리는 화들짝 놀라 다시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몸은 돌로 변하고 있었다. 이때 일어난 큰 파도로 인해 생긴 호수가 은파호수이고, 며느리가 변한 바위가 중바위(중바우)다.
김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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