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에 의한 대학 구조조정 압력에 즈음하여
우리대학의 국공립대 하위15%클럽 참여 소식이 구성원들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무슨 기준에 의한 하위인가, 그 기준이 타당한 범위와 적절한 비중으로 적용되고 있는가, 그 적용의 결과는 국공립대학들간 실질적 차이를 얼마나 반영하는 것인가, 무엇보다 그 클럽에의 참여가 조금이라도 자발적인 것인가 등의 문제에 관련하여, 모두가 석연치 않게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당장에 그에 기초하여 정원조정 및 재정지원 축소 등 대학의 가장 중요하며 취약한 부분에 대한 압박을 교과부가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비 가림보다는 목전의 위기에 대한 생존전략의 우선적 강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그 전략수립을 위한 방향 설정에 있어 대단한 혼선이 예고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유감이다. 애초 교과부의 이러한 조치 감행의 배경에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고등교육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잉된 공급을 조정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 못하는 대학들의 통합, 조정 및 퇴출을 통하여 고등교육시장의 정상화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재학률 및 취업률과, 교육비와 장학금, 학자금 및 등록금 등 교육관련 재정운영의 합리성 등을 주요지표로 하여 대학의 견실한 운영을 담보해내겠다는 논리가 적용되었다. 물론 이러한 지표에는 학문과 지성의 최전선인 대학이 마땅히 산출해내어야 하는 연구업적에 대한 고려나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수행하는 교수활동의 질에 대한 평가도 포함되어 있지 않아, 대학운영의 건전성 지표로서는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립대학 선진화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적용 예정되는 지표들이다. 총장과 학장 및 학과장의 공모제 및 임명제, 성과급적 연봉제 등 대학 내 지배구조의 변경 및 경쟁적인 교직원 급여체제의 적용을 매우 큰 비중으로 부실대학 선정의 기준으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표는 그 자체가 대학 건전성이나 선진화를 위한 수단으로서 타당성을 어느정도나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한 대학이 올바로 작동하기 위하여 행정적 지원체제와 재정적 유인체제가 적용될 수 있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결코 어떤 권력기관이 특정한 방식의 지배나 급여 체제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본다. 어느 대학의 건전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교육 연구기관으로서의 운영상황에 관련한 직접적인 지표가 우선적으로, 그리고 그로 인한 실적 및 결과가 부차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 교과부의 평가지표에는 후자의 내용이 우선적인 고려사항으로, 그리고 논외에 해당하는 간접적 요인이 중요사항으로 포함되어 있어 그 평가의 목표에 비추어볼 때 본말이 전도되어 있다.
그에 따라 우리대학의 대응방안 수립에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본다. 엄혹한 시장으로서의 교육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과 지방국립대학으로서 학문의 지형과 지역적 맥락에 부합하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도 결코 만만치 않은 도전거리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대학운영의 자율성과 교직원의 근로여건에 대한 심각한 훼손을 요구하는 상부기관의 강력한 문제제기에도 답안지를 제출해야 한다. 더욱이 후자의 내용에 관련하여, 전국의 국공립대학들간 상대평가로 진행되는 현 구조조정과정의 성격으로 볼 때, 아마도 우리대학이 마련할 답안이 전국적인 ‘대학운영의 퇴행화’에 선도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마저 있다. 또한 일부의 염려대로 이러한 일련의 변화들이 국립대법인화의 여정을 향한 토끼몰이 방식의 기획을 실천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도 보인다. 물론 교과부의 강력한 권고사항도 우리대학을 포함한 한 나라의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서 얼마든지 유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추진방식이다. 일부의 관점에 기초한 권력의 행사에 맞서서 우리가 택하는 방향은,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정면응시의 결과이어야 하며, 또한 모든 구성원들의 주체적인 결정을 포함하는 것이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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