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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카드 / 플랑카드’와 ‘플래카드 / 현수막’

군산대언론사 2
- 5분 걸림 -

 여러분 여름방학 무사히 잘 보내셨나요? 기록적으로 이어진 열대야와 그 다음에 찾아온 폭우로 참 견디기 힘든 시간들을 우리는 인내해야 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군산은 하룻밤 사이에 400mm의 폭우가 집중적으로 쏟아져 많은 피해를 입었죠? 빨리 복구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방학이 거의 끝나갈 즈음에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니 한 학생이 개학이 정말 싫다고 올렸던데 그래도 2학기는 왔고 새로운 학기를 함께 맞이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은 한국어로 듣고, 말하고, 쓰고, 읽으면서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고 있겠지요? ‘바른 말 고운 말’도 새로 맞은 2학기와 함께 여러분의 아름답고 정확한 언어생활을 위해 시동을 걸어볼까 합니다. 오늘은 우리들이 쓰는 외래어와 한자어 중에 혼동을 일으키거나 잘못 쓰는 것들에 대해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플래카드 / 플랑카드’와 ‘
플래카드 / 현수막’

“영호야, 너 밖에 프랑카드 걸린 것 봤어?”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딴 선수들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네.”
“이번 행사를 알리는 플래카드를 정문에다 설치해야겠어.”

  위의 세 문장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들을 수 있고 여러분도 많이 쓰는 문장들입니다. 그리고 모두 맞는 문장들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첫 번째와 세 번째 문장에서 ‘프랑카드’와 ‘플래카드’라는 표현을 발견할 수 있지요? 이들 중 어느 것이 정확한 표현일까요? 둘 다 맞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 중 하나만 맞는 것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프랑카드’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고 맞는 표현인 줄 알고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바른 표현은 ‘플래카드’입니다. 영어 단어 ‘placard’를 한글 표기로 옮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플래카드’라고 표기하고 발음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현수막’과 ‘플래카드’는 어떤 관계일까요? 둘 다 모두 쓰이고 있긴 하지만 둘의 차이를 얘기하라고 하면 막상 답을 하기가 곤란한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플래카드’의 정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긴 천에 표어 따위를 적어 양쪽을 장대에 매어 높이 들거나 길 위에 달아 놓은 표지물’로 되어 있고 ‘현수막(懸垂幕)’은 ‘극장 따위에 드리운 막, 선전문·구호문 따위를 적어 드리운 막’으로 되어 있습니다. 뜻풀이를 보고 차이점을 찾은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가로로 거는 것은 ‘플래카드’, 세로로 길게 거는 것은 ‘현수막’으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현수(懸垂)’라는 말이 ‘아래로 매달려 드리워지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면 확실히 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영어와 한자어 단어 사이의 구별은 가로쓰기의 전통이 있는 서양 문화와 세로쓰기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동양문화의 차이를 대변해 준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명확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어원에서는 ‘플래카드’가 영어 단어이기 때문에 ‘플래카드’를 써야 하는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 국민들에게 거부반응이 덜 한 한자어인 ‘현수막’을 그 적용 범위를 넓혀 쓰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생활에서 ‘플래카드’와 ‘현수막’이 구별되어 쓰이고 있고 ‘플래카드’의 쓰임이 보편화되어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이 제안은 타당성이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플래카드’와 ‘현수막’의 뜻과 쓰임의 차이를 확실히 구별해서 쓰는 것이 제대로 된 언어생활을 해 나가는 첩경이 될 것입니다. 물론 ‘프랑카드’, ‘푸랑카드’, ‘푸랑카트’ 등의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해서 말입니다.

  오늘은 ‘플래카드 / 플랑카드’와 ‘플래카드 / 현수막’의 뜻과 쓰임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2학기에 처음 접한 ‘바른 말 고운 말’의 내용이 여러분께 유익하였기를 바랍니다. 다음 호에 또 다른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여러분을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그 때까지 2학기 학교생활 보람 있게 해 나가도록 하세요. 
 
박시균(국어국문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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