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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를 사는 현대인들의 적, 우울증

정은해 선임기자
- 11분 걸림 -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는 말로 시작되는 『피로사회』(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의 저자에 따르면 현대사회는 자기착취가 만연한 ‘피로사회’이고 ‘우울사회’이다. 현대인들은 업무나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 대인관계에서 겪는 문제, 무한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우울증은 소리 없이 찾아오고 처음에는 정도가 가볍지만 그대로 방치하면 더 큰 우울증을 유발하게 된다. 우울증이 심각해지면 자살에 이를 수도 있다. 그만큼 우울증은 가벼운 병이 아니다. 이에 우울증의 원인과 증상, 그리고 치료법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우울증, 즉 우울장애는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하여 다양한 정신적,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을 말한다. 이것은 감정, 생각, 신체 상태, 그리고 행동 등에 변화를 일으키는 심각한 질환이며, 한 개인의 전반적인 삶에 영향을 준다. 우울증은 일시적인 우울감과는 다르며 개인적인 약함의 표현이나 의지로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상당수가 사회적인 편견 등으로 인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울증에 접어들면 즉시 전문가와 상담을 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우울증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우울증의 원인으로 유전적 요인을 꼽는 견해가 있다. 이는 유전적 영향에 따라 우울증에 취약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환경적인 요인이 같아도 개인에 따라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고 걸리지 않기도 하는데, 이것이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한편, 생물학적인 요인을 우울증 유발의 한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이는 신경전달물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우울증이 발병한다는 것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기분을 조절할 수 있는 신경전달물질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음 신경세포로 신호가 전달되기도 전에 신호가 감소되거나 혼란이 생기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우울증의 원인으로 사회적인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손꼽히고 있다. 현대사회는 과거보다 성과를 중시하고, 그 안에서 현대인들은 무한경쟁을 겪어야 하기 때문에 이에 적응하지 못 하면 우울증에 시달릴 수 있다.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은 패배감을 느끼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자신감을 만회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우울증에 걸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무한경쟁 시스템에 잘 적응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우울증에 시달릴 수 있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착취를 할 수밖에 없고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와 피로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우울증의 핵심 증상은 우울감과, 삶에 대한 흥미 및 관심 상실이다. 거의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는 삶에 대한 에너지 상실을 호소하며, 과업을 끝까지 마치는 데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들은 학교 및 직장에서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장애를 느끼고 새로운 과업을 실행할 동기를 느끼지 못 한다. 일부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이 우울증에 걸린 것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활력을 잃고 위축되어 있어도 자신의 기분 문제에 대해 호소하지 않으며, 종종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특히 우울증의 가장 심각한 증상은 자살 사고로, 우울증 환자의 3분의 2가 자살을 생각하고 일부는 실제로 자살을 시행하기도 한다.
또한 우울증은 수면 장애와 불안감, 식욕 감소와 체중 저하를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수면 장애는 우울증 환자의 대다수가 호소할 정도로 흔히 일어난다. 수면 장애를 겪는 이들은 아침까지 충분한 잠을 자지 못 하고 일찍 깨거나 밤 사이 자주 깨는 증상을 보인다. 불안 증상도 우울증 환자의 90% 정도가 보이는 흔한 증상이다. 이중 절반 정도의 환자가 하루 동안에 증상의 정도 변화를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아침에 증상이 심했다가 오후에 좋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집중력 저하와 같은 인지기능 저하 증상도 상당수에서 나타날 수 있다. 이외에도 많은 환자들이 식욕 감소와 체중 저하를 보이는데 일부 환자는 식욕이 증가하고 수면이 길어지는 비전형적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한편 일부 우울증 환자는 신체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내과적 검사를 반복적으로 시행하지만 명확한 원인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우울증 진단과 치료가 늦어져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신체 증상이 지속될 때는 우울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우울증에 접어들었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의학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한 방법으로 정신 치료가 있다. 정신 치료는 의사가 환자와 대화를 하면서 환자의 문제점을 찾고, 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해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에는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서 만족과 보상을 얻는 방법과 우울증을 야기한 행동 양상을 교정하는 방법을 습득하도록 돕는 행동치료, 우을증을 일으키고 악화시키는 데 관련이 있는 환자의 대인관계에 초점을 맞춰 치료하는 대인관계 치료, 우울증의 원인이 아동기에 있어 아동기 때의 심리적 갈등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는 정신역동적 치료가 있다.
이와 함께 약물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항우울제는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합성을 증가시키고 재흡수를 막는다.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2주 정도 걸리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6개월은 복용해야 한다. 장기적인 복용으로 중독을 걱정할 수도 있지만 현재 항우울제들이 많이 개발돼 있기 때문에 중독될 염려는 없다. 단,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복용해야 하며, 적당량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울증을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치료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우울증은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여가 시간을 이용하여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꾸준히 운동을 하고, 생활습관을 규칙적으로 바꾸면 삶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달리기와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과 같은 지구력 운동을 일주일에 1~3회 정도 하면 좋다. 지구력 운동을 하면 뇌에서 생성되는 세로토닌이 기분을 좋게 할 뿐만 아니라 마음도 안정시켜 준다. 운동과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다. 능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취미는 스트레스 해소와 생활의 활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사람마다 스트레스 대처법이 다른 만큼 억지로 몸을 움직이거나, 하기 싫은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는 것은 운동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다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스트레스 해소에는 가족이나 친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정서적인 지지를 해 주면 스트레스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된다. 말없이 감정을 쌓아두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이외에도 숙면을 취하고, 햇빛을 쬐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에는 활발하다가 가을이 되면 우울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계절적 우울증일 가능성이 크다. 계절적 우울증은 잠을 충분히 자고 햇빛을 쬐면 도움이 된다. 햇빛을 쬐면 몸에서 멜라민이 생성돼 우울증의 발현을 억제해주기 때문이다.
한편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이를 폭음이나 과식으로 해소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이 좋으며, 친구나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좋다.

 

정은해, 정다정 기자

for_truth@kunsan.ac.kr, dajeong6@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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