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가 시작되니 전공서적과 학교에서 쓸 물건들이 한 가득이다. 이 물건들을 보관하려는 학생들을 위해, 인문대 학생회는 사물함을 대여하고 있다. 그런데 사물함 대여방법이 달라진 듯하다. 1년 동안 사물함을 임대하는 조건으로 5000원의 보증금을 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대여료로 바뀌었다고 한다. 학생들의 편의보다는 이익을 내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정에 따라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물함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물함 임대를 포기하고자 결심했다. 작년에 사물함을 이용했던 학생들이 보증금 5000원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 그 이유에 경악을 금치 못하여 글을 투고하게 되었다.
사물함 물건과 보증금을 찾으러 갔던 학생은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학생회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작년 학생회의 일이라서 우리는 알 수 없다.’, ‘돌려줄 보증금이 없다.’였다. 아니, 정치계에서 들을 법한 변명을 대학교에서 듣게 되다니 놀라웠다. 제대로 인수인계도 하지 않고 학생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일까?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인문대 학생회가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의 문제이며, 현재 인문대 학생회의 운영에 관한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보증금’은 다시 돌려준다는 전제하의 임대료이다. 그런데 보증금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자금 운용과정에서 ‘회계장부’ 사용여부를 의심하게 만든다. 아무리 적은 돈이라 할지라도 내역을 기록해야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더구나 학생들의 ‘보증금’이다. 그 돈은 다른 곳에 쓰여서는 안되는 돈이다. 다시 돌려줄 돈이니 학생회가 당연히 보호했어야 할 돈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학생들에게 줄 보증금이 증발해버린 것이다. 더구나 어디에 쓰였는지 내역도 알 수 없다. 5000원의 보증금 뿐 아니라 학생회에서 주관하는 여러 행사 자금 또한 어쩌면 이렇게 방만하게 사용되고 있을지 모른다. 작은 일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꽤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보증금 5000원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여료, 보증금의 액수와 사용하는 학생들의 수로 계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계속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학생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마땅한 권리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돈 5000원쯤은 맘대로 써도 된다는 생각이었을까? 이것은 학생회와 학생 간의 ‘약속’이었고, 따지고 보면 ‘계약’이었다. 그런데 어쩌자고 이렇게 쉽게 생각하고, 무시해버리는지 알 수가 없다. 적은 돈이라 할지라도 엄연히 ‘횡령’이다. 정말이지 학생회가 갖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가 의심스럽다.
소식을 접한 학생 중 일부는 사물함을 임대하지 않겠다고 한다. 또 일부 학생들은 작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이지만, 많은 책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사물함을 임대하였다. 또한, 사물함 관리에 대한 불만도 높다. 학생회는 사물함 위에 더러운 쓰레기를 치우는 법도 없었고, 자물쇠 열쇠도 따로 보관하지 않는다. 도대체 ‘관리’한다고 할 수가 없었다. 학생회가 하는 일이라곤 학생들에게 사물함 대여료를 받는 일뿐이었다. 억울한 학생들의 울분은 계속해서 높아져만 간다. 이러한 ‘풍경’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그들’은 알 것이다.
이처럼 학생들은 권리를 무시당하고, 빼앗긴 느낌을 받고 있다. 학생들을 위해서 일한다는 학생회는 적어도 학생들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봤어야 했다.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알리고, 사과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았을까. 지금 아무 일 없다는 듯 인문대에 붙어있는 사물함 대여 광고지를 보며 씁쓸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권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라져도 될 만큼 하찮지 않다. 충분히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인문대 학생회는 눈에 띄는 행사에 집중하고 과시할 것이 아니고, 가장 기본적인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학생들을 위한 일이며, 학생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대답해주길 원한다. 도대체 사물함 보증금은 어디로 갔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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