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 학보가 보여준 청년들의 비판의식
청년들에게는 ‘성공’에 대한 환상과 두려움이 있다. ‘벌이가 좋은 직장을 잡으면 행복해지겠지’라는 환상과 사회가 요구하는 대학의 수준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취업을 못해 낙오자로 찍힐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청년들은 살아가고 있다. 청년들은 사회구조에 대해 관심을 갖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구조에 대한 비판 보다 사회 지도자층을 향한 비난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비판하려는 의식은 추후에 자신에게 부당한 결과를 낳을까 걱정하며 사회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하게 돕지 않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사회의 병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606호 서울여대 학보의 1면이 백지로 발행됐다. 내막은 이렇다. 서울여대 축제 ‘서랑제’가 있기 전 총학생회가 청소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내건 현수막이 미관을 해친다며 철거했다. 이에 143인 졸업생이 학보에 성명서를 냈고 학보는 이를 1면에 실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진곤 주간교수의 반대로 싣지 못하게 됐고 학보는 저항의 의미로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청년들의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서울여대 학보의 행동은 아직 청년들에게 비판의식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과거 70~80년대에 비해 현대 청년들이 사회 문제에 앞장서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자본주의에서의 ‘성공’이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거라는 착각과 사회가 바라는 적정 수준에 오르지 못한다면 낙오된다는 두려움, 공포감이 있기 때문이다. 성공제일주의가 청년에게 주는 두려움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성공’해야 한다는 '신화'을 만들고 온 신경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사회가 말하는 ‘성공’이 정말로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사고를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두 번째로 공동체 의식의 약화이다. 현대사회로 오면서 농경중심 사회에서 산업중심으로의 경제 체제의 이동은 자연스레 공동체 의식의 약화를 가져왔다. 더불어 기성세대의 정치·경제적 지도자들의 비윤리적인 방법으로의 권력획득이 공동체 의식의 약화를 가져왔다. 해방 직후의 친일파, 친미파의 청산에 실패한 대한민국은 정치권력에 있어 비도덕적이고 성공제일주의 적인 면이 있었다. 그리고 군부독재 시대의 기업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당한 방법으로 획득하지 않은 권력과 자본을 바라보고,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자라온 청년들에게는 더 이상 공동체적인 의식의 필요성 보다는 성공을 위한 개인주의로의 필요성이 강해졌다.
청년들에게 있어 이러한 비판의식의 약화는 단순 당시 청년세대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문제가 된다. 전통적으로 청년이라는 시기는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않았기에 기성세대보다 유연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이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건전한 사회로 나아가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한세대의 청년들이 비판적인 의식을 갖고 사회 문제에 저항하지 않고 그들이 기성세대가 된다면 그 사회 문제는 고착화 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비(非)비판적인 청년을 경험하지 못한 후세대 청년들에게 사회문제는 더 이상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서울여대 학보가 보인 비판·저항 의식은 대단히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안녕하십니까’ 대자보 등의 모습도 의미가 컸다. 하지만 점차 규모가 축소해가고 잊혀져가는 대학언론에서의 이와 같은 행동은 군산대언론사에게도 귀감이 될 만한 용기였다. 비판을 하지 않는 사회가 오래동안 지속되면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게 된다. 비판하는 사회만이 건전하고 올바르게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비판의 중심에는 항상 청년들이 있었다. 취업에만 몰두해 사회문제를 도외시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나서는 청년들이 되자.
편집장·안영태
ahn2sang@hwangry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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