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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경험은 없다

노신영 선임기자
- 5분 걸림 -

 2018년, 신입생 시절의 나는 모두가 그렇듯 열정 가득한 마음가짐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언론사 활동은 나의 열정에 출발선을 그어준 첫 도전이었다. 당시 수습기자였던 나에게 더욱 불을 붙여준 것이 있었는데, 이는 다름 아닌 ‘팀장’이라는 직위였다. 팀원들을 통솔할 때는 냉철하다가도 도움이 필요한 기자가 있으면 발 벗고 나서던 모습에 ‘멋지다’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마음 한구석으로 ‘팀장이 되고 싶다’라는 소망을 품은 채 나름 성실히 활동했다. 물론 편집장이라는 직위도 있었지만 이는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였기에 그 꿈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수습에서 정기자로, 그리고 내가 꿈꾸던 팀장이 되어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그간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기쁨보다는 좌절했던 기억이 많은 것 같다. 열심히 기사를 썼지만 새로운 방향으로 뒤엎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 소식을 잘못 전달해 사람들에게 혼란을 불러온 적도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어떤 문제에 놓여있을 때 현명한 대안을 생각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좌절한 적도 많았다. 좌절은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결과를 낳았고, 때문에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 때가 많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조금 덤벙대는 성격이라 작은 실수가 많은 편인데, 그 실수가 반복되다 보니 어느 샌가부터 쉽게 좌절하는 ‘유리 멘탈’이 되어버렸다. 나는 나의 섣부른 결정이 나쁜 결과를 불러올까 두려워 눈앞의 기회를 스스로 놓아 버린 적도 많았다. 의욕은 사라지고 그저 주어진 일만 겨우 해내던 슬럼프. 그런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아마 나와 비슷한 처지 혹은 감정을 다들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슬픔, 분노, 좌절 등 당시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다면 그 경험에 ‘나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앞서 말한 나의 경험담을 통해 본인의 모습이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그 경험을 다시 되새겨보도록 하자. 사실 당시의 나는 좌절감으로 인해 도전이라는 것이 두려워 제자리걸음만 하던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당시를 묻는다면 피식 웃으며 ‘그땐 그랬지’라고 말할 것이다. 내가 당시의 경험을 이렇게 별일 아닌 듯 써내려갈 수 있는 이유는 그 경험을 통해 나 자신이 한 발자국 더 나아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산을 오르기 전 밑에서 올려다보는 것과 정상에 오른 후 내려다보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산 밑에서 불가능을 외치던 전과 다르게 오르고 난 후에는 생각보다 별게 아닌 것처럼, 나쁜 경험 역시 지나고 나면 나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우리는 지금껏 많은 ‘산’을 마주했고, 힘겹게 오르고 올라 그 높은 산등성이를 지나온 것이다. 나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연거푸 검토하는 버릇이 생겼고, 글을 쓸 때 지적받았던 부분들은 지금까지 되새기며 유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가? 그 경험 속에서 어떤 성장을 이뤄냈는가? 굳이 성장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 경험 속에서 느낀 작은 교훈, 심지어는 감정마저도 결국은 쌓이고 쌓여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니 한때 당신에게 좌절을 안겨주었던 나쁜 경험에서 이제 앞의 수식어는 제외해주기로 하자.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무사히 이겨내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새로운 시작이 다가오는 3월, 우리는 또 어김없이 여러 시련을 맞닥뜨리게 될 테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성장했으니 이번에는 좀 더 야심차게 부딪혀 보는 것은 어떨까? 나 역시 편집장이라는 직위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이 자리가 아직 과분하게 느껴지지만, 우리 언론사 기자들과 함께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처음 언론사에 발을 디디던 그날의 초심을 되새기며, 야심차게 부딪혀볼 생각이다. 또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선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내일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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