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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방학 생활

노신영 선임기자
- 15분 걸림 -

 방학이 다가오면 모두 마음속으로 ‘보람찬 방학을 보내리라!’ 다짐하곤 한다. 하지만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이 어려운 ‘실천’을 해내고 슬기로운 방학 생활을 보낸 우리 언론사 기자들의 이야기를 준비해보았다.

[해외봉사]

 고등학교 시절, 친근하게 지내던 선생님께서 해외봉사가 자신의 꿈을 만드는데 좋은 작용을 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늘 꿈을 고민하던 나는 선생님의 말씀이 크게 와 닿았고, 타국에서 나의 역량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해외봉사’라는 작은 꿈을 지닌 채 대학생이 됐다. 사실 대학생이 되면 진로에 대한 해답이 조금은 풀릴 줄 알았으나 오히려 그 반대였다. 진로에 대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도중 우연히 학교 홈페이지에서 ‘14기 동계 해외봉사 단원 모집’ 공고를 보았고, 문득 과거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나는 곧바로 지원서와 프로그램 계획서 준비를 시작했다.

 해외봉사는 하계와 동계로 나누어져 1년에 두 번씩 이루어진다. 이는 도움이 필요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봉사를 주로 하며, 학교 화단 등을 보수하는 노력봉사와 벽화봉사 등으로 진행된다. 심사는 1차 서류, 2차 체력검정, 3차 면접으로 진행되며 서류심사에 비중이 가장 크니 참고하기를 바란다. 이번 해외 봉사는 지난 1월 10일부터 10박 12일 간 네팔 카트만두의 카브레스털리 초중고등학교와 USA학교에서 진행됐다. 30명의 우리 대학 단원들은 각각 태권도 1,2팀과 전통문화팀, K-POP팀, 사물놀이팀으로 나누어져 교육봉사, 노력봉사, 벽화봉사, 문화공연을 행했다. 나는 전통문화팀이었고 단복과 벽화를 담당했다. 우리 팀은 교육봉사로 팔찌 만들기, CPR교육, 모자이크놀이, 칠교놀이, 소고 만들기, 한국어 수업 등을 진행했고 문화공연으로는 소고춤과 탈춤을 선보였다.

 나는 봉사가 진행된 두 개의 학교에서 서로 다른 느낌을 받았다. 첫 학교는 체계적으로 정해진 질서가 존재하지 않아 통제가 어려웠지만, 대체적으로 아이들이 붙임성이 좋고 활발해서 우리도 더욱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으나 함께 뛰어놀면서 교육자보다는 그들의 친구로서 마음을 주고받은 것 같다. 한편, 두 번째 학교의 아이들은 무척이나 얌전했고 질서정연하게 수업이 이루어졌다. ‘봉사단’이라는 존재와 더불어 우리가 준비한 수업 자체를 존중해주었고, 교육수준도 높아 이전학교에서 어려움을 보였던 수업도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손을 들어 발표에 임했고, 화장실을 갈 때도 허락을 구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온전히 ‘봉사’라는 역할에 집중해 아이들에게 많은 배움을 나눠줄 수 있었다.

 두 학교의 생활에서 다름이 존재하긴 했지만, 내가 그곳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사랑’이었다. 아이들은 처음 마주하는 우리의 손을 너무도 반갑게 잡아주었고, 학교를 떠나기 전 ‘고맙다’는 말과 ‘보고싶을 것’이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네팔과 작별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하나뿐인 자신의 가방 고리를 포장해 돌아가는 나의 손에 꼭 쥐어주던 아이의 모습이다. 나는 봉사활동을 통해 아이들에게 배움을 주고자 했지만, 오히려 아이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받아왔던 것 같다. 아이들은 내가 잊고 지내던 따스한 온기와 타인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네팔에서 지냈던 길고도 짧았던 그 시간이 지금의 나에게 큰 전환점이 되어준 것 같다. 더 넒은 시야에서 나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학우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해외봉사에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 해외봉사단 단체사진 / 출처 : 제14기 동계 해외봉사단

홍유정 기자

1900032@kunsan.ac.kr

[행정 체험캠프]

 3학년 마지막 방학을 앞두고 걱정거리가 정말 많았다. 곧 4학년이고 조금 있으면 졸업한 뒤 취업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엇이라도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 토익, 한국사, 기사시험 등 여러 가지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과 스펙을 쌓기 위해 대외활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말 그대로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고 딱히 무엇인가를 실행에 옮기고 있지는 않았다. 그때 군산시청 홈페이지에서 ‘대학생 행정체험캠프 참여자 모집 공고’를 보았다. 대학생들이 공공기관에서 행정체험을 해봄으로써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사회생활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라는 취지였다. 나는 바로 군산시청 일자리창출과에 가서 신청서를 제출하고 합격하게 되었다.

 지난 1월 6일 시청 첫 출근 날, 나를 포함한 학생들이 각 부서에 배치를 받았다. 각 동·읍·면사무소, 시청 등 부서가 다양했는데, 그중에서 나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 배치를 받고 그곳에서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박물관뿐만 아니라 그 근처에 있는 미술관, 건축관, 위봉함 그리고 좀 더 멀리 있는 철새 조망대까지 같이 행정인턴으로 온 학생들과 돌아가면서 일을 했다. ‘행정’이라고 해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서류를 작성할 줄만 알았던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우리의 주된 업무는 어린이 방문객들의 체험진행을 도와주는 것과 설문을 받고 그것을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 그리고 박물관의 비품을 정리하는 일 등이었다. 특히 어느 주말 하루는 박물관에서 만들기 체험을 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방문객들이 쉴새 없이 밀려 들어와서 의자에 앉지도 못한 채 바쁘게 움직였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사람들을 상대로 정신은 없었지만 힘든 내색 없이 잘해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내가 이런 일도 할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비록 퇴근 후 집에서 뻗어버렸음에도 말이다.

 설날이 지나고 군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지난 달 3일부터 박물관은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었다. 이건 예정에 없던 것이라 우리의 업무도 자연스럽게 없어져 버렸다. 하지만 출근을 안 시킬 수는 없기에 담당 주사님께서는 “곧 박물관과 철새 조망대가 리모델링을 할 예정이니 너희가 한 달 동안 일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이나 개선해야 할 점을 리포트로 작성해서 제출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하셨다. 우리는 나름대로 생각했던 의견을 나누어 박물관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해서 냈고 지난달 7일 우리의 업무는 끝이 났다.

 비록 한 달 짧게 진행된 행정체험이었지만 그 안에서 소중한 인연들을 만났고 나름 소속감도 느껴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했던 것 같다. 살면서 해보지 못한 일이었기에 더욱 새로웠고 또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 주에 ‘코로나19’라는 불청객이 찾아와 섭섭하게 끝났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정말 하고 싶은 값진 경험이었다.

▲ 어린이 관람객 대상 체험 현장 / 출처 : 이동규 기자

이동규 기자

rb7125@kunsan.ac.kr

[지역 아동센터 아르바이트]

 대학교 첫 겨울방학을 앞두고 자격증 공부, 아르바이트, 다이어트, 자기 계발 등 여러가지 일을 실천해 보람찬 방학을 보내리라 다짐했다. 물론 ‘내일부터’라는 마음을 계속 먹다 보니 정작 이룬 건 딱히 없다. 그래도 한 가지 보람으로 남는 기억이 있다면, 방학 중에 지역아동센터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한 것이다. 작년 3월 초, 나는 한국장학재단에서 운영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그때부터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학기 중에는 수업을 듣느라 시간을 많이 내지 못했는데, 방학에는 이곳에서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지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방학 중 이 활동을 통해 얻은 것도, 배운 것도 참 많다. 이번 수기는 한국장학재단 사업의 일환이기에 우리 대학 학우들에게도 유익한 정보가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내가 참여한 아르바이트의 정식 명칭은 ‘대학생 청소년 교육지원사업’이다. 말 그대로 지역사회의 청소년들을 위해 멘토링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장학재단에서 진행하며, 전국 곳곳의 대학생들이 학교 밖 청소년, 초등학생 등의 학업을 돕는 활동을 한다. 이 사업은 초, 중, 고등학생들의 배움 지향, 대학생들의 장학금 지원, 지역사회의 발전 등 세 부분에서 목적을 두고 있다. 학교마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8분위 이하의 학생이 신청 가능하며, 주로 3월 중순쯤 공지사항을 통해 신청을 받는다. 우리 대학도 매년 50여 명을 선발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학우는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를 참고해보길 바란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한 곳은 군산의 한 지역아동센터였다. 방학 중의 기본 일과는 오전에 아이들의 학습 지도를 봐주는 것부터 시작하여 오후 학습과 놀이지도를 하는 것이었다. 학기 중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방학 중에는 1~6학년 40여 명의 아이가 한 번에 모이기 때문에 복잡하고 작은 사건도 자주 발생하는 것이었다. 특히 그런 날이면 내 눈 밑의 다크서클이 짙어지곤 했다. 방학 중에 활동하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아이들과 오랜 시간 함께 있으면서 느낀 점이 참 많다. 특히 자치가 잘 보장되어 센터의 모든 활동이 투표로 결정되었는데, 보드게임을 하면서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는 일도 많았다.

 한편으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을 하나 꼽자면 체육활동이었다. 아이들이 자체적으로 팀을 나누어 피구를 하는데, 꼭 의견충돌이 일어나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리거나 언성을 높이는 일이 잦았다. 그러한 상황이 발생 할 때 마다 교사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난감했다. 처음에는 울며 화가 난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해주었는데, 그러자 다른 아이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나는 한쪽 편을 들어주기 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 일러주며 바로 잡는 것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그러자 조금씩 나의 의견을 따르는 아이들이 늘었고, 나름대로 선생님의 역할을 잘 해낸 것 같아 뿌듯했다.

 이번 겨울 방학을 끝으로 1년간의 첫 아르바이트가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여러 일정으로 인해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못 보낸 게 아쉬울 따름이다. 개인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느끼게 된 게 많다. 선생님으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아이들과의 소통하는 면에서도 스스로 발전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아르바이트생을 꿈꿔봤을 것이다. 청소년을 좋아하고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건전한 아르바이트, 그리고 다양한 경험과 추억을 쌓아가길 강력 추천한다. 

▲ 지역 아동센터에 출근한 날 / 출처 : 조아현 기자

조아현 기자

dkgus6308@kunsan.ac.kr

 우리는 방학을 맞이하면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에 사로잡힌다. 돈을 벌기 위해 알바를 하거나 스펙을 쌓기 위해 대외활동을 하곤 하는데, 이 밑바탕에는 ‘결과적으로 이 일을 함으로써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깔려 있다. 때문에 이득을 볼 수 없거나 얻지 못한 일은 ‘쓸모없는 일’로 간주되기도 한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물을 보고 일의 가치를 판단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을 실천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결과와 상관없이 그 과정 속에서 고민하고, 노력했던 시간들은 값진 경험으로 남아 훗날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지난 방학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면, 지금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번 3월에는 본인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들을 계획하고 실천하며, 보다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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