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부족한 글을 가작으로 선정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시를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사건과 인물, 공간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이름이 잊히거나 처음부터 의미를 상실한 채 공존합니다. 그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안타까웠습니다. 부유하는 기억들의 조각을 모아 다시 한 번 섬을 이루고 싶었습니다. 땅에 고정된 알맹이의 시선으로 과연 시를 쓸 수 있을까. 그렇다면 수많은 알맹이를 감싸 안는 자유로운 껍데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저는 그 소망을 위해 지금까지 시를 쓰고 있습니다. 시를 쓰는 일은 수많은 데칼코마니를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수많은 공간, 사건, 인물에 자신의 영혼을 부끄럼 없이 던져야 합니다. 「아우슈비츠」라는 이 시를 쓸 때도 시인을 꿈꾸는 한 명의 대학생이 아닌 딸과 아내를 앞서 보내고 전라의 몸으로 가스실로 들어서는 한 아버지, 고통스럽고 두렵지만 이를 받아드릴 수밖에 없는 한 사람, 이들을 대면하는 죄스럽고 부끄러운 살아있는 몸이고 싶었습니다. 감히 이들의 마음을 잘 못 이해하거나 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고통스럽고 외로웠습니다. 많은 알맹이를 이해하고, 감싸 안는 그릇이 되기 위해 더 고통스러워하고, 더 외로워하겠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나의 후배들에게 늘 미안하고, 기억의 고증을 위해 살을 태우는 사람들과 내 꿈에 대해 반성과 책임감의 자리를 만들어 주신 황룡문학상 심사위원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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