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를 통해 보는 말의 중요성
당신의 말 한마디는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까?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말은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속죄』라고 하는 이언 매큐언의 소설은 말의 위험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속죄』는 한 소녀의 허황된 생각이 두 남녀의 사랑을 비극으로 이끄는 것을 보여준다. 내용을 보면, 로비와 세실리아는 오랜 소꿉친구이지만 대학생이 되며 어느새 어색해지고 거북한 사이가 된다. 서로는 그런 사랑을 바꾸고 싶어 노력하지만 쌓여가는 건 오해와 분노뿐이다. 그런 오해 속에서 로비의 고백이 담긴 편지는 그들의 감정이 사랑이었다는 알려준다. 하지만 편지는 곧 비극의 시작을 알리기도 한다. 편지를 전해주던 브리오니는 로비의 실수가 담긴 편지를 보고 로비를 오해하고 경계하기 시작한다. 얼마 후 사촌언니가 정원에서 강간을 당하게 되는데, 브리오니는 로비를 강간범으로 지목하게 된다. 결국 경찰 앞에서 이렇게 진술하게 된다. “내 눈으로 직접 봤어요.” 더 이상의 번복 없이 로비는 감옥으로 끌려가게 된다. 이 말 한마디는 그들의 운명을 뒤바꿔놓는다. 이 소설을 통해 말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로비와 세실리아의 가슴시린 사랑을 보면, 말 한마디가 삶의 이유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옥으로 끌려가는 로비의 창백한 얼굴에 세실리아는 외친다. “기다릴게, 돌아와!” 그 약속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끔찍한 삶을 버텨낸다. 그리고 로비가 석방의 조건으로 군대에 입대하는 날, 짧은 만남에서 로비는 눈으로 고백한다. ‘사랑해, 너로 인해 살았어.’ 지옥같던 3년의 시간 속에서 세실리아만을 생각했던 그의 치열했던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말이다. 그러하기에 로비는 전쟁 중에 살아야만했다. 가슴 속에 간직하고 외우고 있는 세실리아의 편지내용처럼 그들의 사랑은 삶의 이유가 되었다.
다른 한편, 브리오니의 말은 로비의 삶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브리오니는 자신의 상상을 곧 진리로 생각하며 모든 것을 삐뚤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로비의 행동마다 편집적인 상황으로 인식하며 점점 자신의 생각을 확신해간다. 브리오니는 로비와 세실리아가 분수대에서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서재에서 함께 있는 상황을 자신의 생각에 맞게 오해 한다. 또한, 세실리아가 로비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때 강간사건이 발생하자, 자신의 생각과 논리로 로비를 강간범으로 만든 것이다. 경찰을 향해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직접 봤다고 말하는 브리오니의 말의 영향력은 결국, 두 사람을 죽음의 길로 이끈다.
그리고 로비와 세실리아, 브리오니의 이야기는 가슴 아픈 비극을 지나 해피엔딩을 맺는다. 로비는 전쟁에서 돌아와 행복하게 살게 되었고, 브리오니는 그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곧 이어 브리오니는 이 이야기는 거짓말이었다고 고백한다. 로비는 패혈병으로 전쟁터에서 죽었으며, 세실리아는 지하철 폭격으로 죽어버렸다. 결국 브리오니는 잘못을 용서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 결론은 죄의 용서를 위한 소설가 브리오니가 만들어 낸 이야기였다. 또한, 속죄 받지 못한 죄를 글을 통해 속죄하려 하는 뻔뻔한 자기위로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며, 이 엄청난 비극은. 성공한 소설가 브리오니의 위선적인 고백과 함께 이야기를 마친다.
우리는 살면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신중해야 한다. 브리오니의 말 한마디가 로비를 죽음으로 이끌었다. 한편, 세실리아의 기다리겠다는 고백은 로비의 삶의 이유가 되었다. 이렇듯, 우리는 살리는 말과 죽이는 말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살아간다. 그러며 경계선과 함께, 모두 아파하고, 애쓰며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뱉은 말 한마디로 인해 누군가의 삶은 깨지고, 상처받는다. 소설에서 로비와 세실리아의 사랑이 브리오니의 말 한마디로 이룰 수 없는 비극이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때론 내 입을 통해 엄청난 실수를 하기도 하고, 그 결과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찰지 모른다. 그래도 솔직하게 고백하자. “‘미안해, 잘못했어.”라는 말로 상황을 똑바로 바라보아야한다.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솔직한 고백은 지금 우리가 할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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