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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다’와 ‘쌓이다’ / ‘안’과 ‘않-’

배소연 기자
- 5분 걸림 -

여러분과 국어의 ‘바른 말 고운 말’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하고 첫 번째 여러분과 만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주가 흘렀네요. 여러분도 새 학기가 시작되어 적응이 어려웠을 텐데 이제는 서서히 적응이 되어 가지요? ‘바른 말 고운 말’을 찾아 저와 함께 떠나는 여행에도 좀 더 익숙해졌으면 합니다.

 

‘싸이다’와 ‘쌓이다’ / ‘안’과 ‘않-’

 

‘강보에 싸여 있는 아기’ / ‘강보에 쌓여 있는 아기’

 

위의 두 표현 중 맞는 것을 골라 보세요. 맞는 것은 ‘강보에 싸여 있는 아기’입니다. 여기서의 ‘싸여’는 ‘물건을 안에 넣고 보이지 않게 씌워 가리거나 둘러 말다’의 뜻을 가진 ‘싸다’의 피동사인 ‘싸이다’의 연결형입니다. ‘싸여’가 쓰인 다른 예들을 좀 더 살펴봅시다.

 

‘도시락은 예쁜 보자기로 싸여 있었다.’

‘나는 신문지로 싸여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다.’

 

‘싸다’나 ‘싸이다’ 앞에 ‘둘러-’나 ‘에워-’가 붙는 ‘둘러싸다’, ‘에워싸다’, ‘둘러싸이다’, ‘에워싸이다’의 경우에도 역시 ‘싸-’에 받침 ‘ᄒ’을 붙이지 않습니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그는 지지자들에 에워싸여 있었다.’

 

설명을 듣고 보니 틀릴 것 같지 않지요? 그런데 우리는 무의식중에 이를 ‘쌓여’로 쓸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싸여’를 쓰면 안 되고 ‘쌓여’로 써야 맞는 경우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발밑에는 옷이 한 무더기 싸여 있었다.’ / ‘발밑에는 옷이 한 무더기 쌓여 있었다.’

 

위 두 문장 중 맞는 것은 ‘발밑에는 옷이 한 무더기 쌓여 있었다.’입니다. ‘여러 개의 물건을 겹겹이 포개어 얹어 놓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쌓다’의 피동사입니다. 그러므로 ‘옷이 한 무더기 싸여 있었다.’는 틀리고 ‘옷이 한 무더기 쌓여 있었다.’가 맞는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다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쉬지 않고 벽돌을 올리자, 담은 점점 높이 쌓여 갔다.’

‘금고에 돈이 쌓여도 근심이 끊일 날이 없다.’

 

발음상으로는 /ᄒ/이 탈락되어 ‘싸이다’와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싸이다’와 ‘쌓이다’ 사이에 혼동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쌓이다’와 관련된 예들은 ‘옷, 벽돌, 돈’이 ‘누적되어’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쓰기 전에 단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면 헷갈리거나 틀리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비슷하게 혼동되어 쓰이는 것으로 ‘안’과 ‘않다’의 ‘않-’이 있는데요. 인터넷 등에서 누리꾼들이 올린 글을 읽다 보면 ‘않 먹고 싶어요.’ ‘운동을 않 하니 몸이 근질 거려요.’와 같은 틀린 표현이 눈에 뜨입니다. ‘안’은 ‘아니’의 준말로 ‘용언(동사, 형용사)앞에 쓰여 부정이나 반대의 뜻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안 먹다’, ‘이야기 소리가 안 들리는 것이 궁금하다.’와 같이 쓰입니다.

‘않-’은 ‘동사나 형용사의 뒤에서 ‘–지 않다’의 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나 상태를 부정하는 뜻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책을 보지 않다’,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와 같이 쓰입니다. 이 두 표현이 철자 및 쓰임에서 확연히 구별되는 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 둘에 대해 혼동을 일으키는 것은 발음이 [안]으로 같게 나고 부정의 뜻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둘이 용언 앞과 뒤에서 각각 쓰인다는 것을 명심하면 틀리는 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공부를 통해서 ‘싸이다’와 ‘쌓이다’ / ‘안’과 ‘않-’의 차이에 대해서 확실히 아셨죠? 다음에는 틀리게 쓰지 않도록 하세요. 그럼 다음 시간에 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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