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 순수하고 치기어렸던 시절에 대한 판타지적 추억이 선동하는 반성
우리는 언제나 과거를 환영한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뇌리를 스치는 그 모든 내용물들을 붙잡아두고 싶은 욕망에 대해 영화는 언제나 화답해 왔으며, 그것을 시청각적 현재형으로 생생하게 육화해내는 스크린은 때로 그 임무를 과하게 수행하기도 한다. 그런데『써니』는 또 한번 우리를 절실한 추억의 한 가운데로 안내하고 있다.
가사의 운영에 스스로를 함몰시키고 얌전히 살아가는 40대 주부인 주인공은 중학시절 자신이 속해 있던 7공주도당의 리더였던 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시한부의 삶을 맞게 된 그녀를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수행하게 된다. 즉 나머지 5공주를 수소문하여 ‘조직을 복원하게’ 된 것이다. 영화는 이제 향후 120분 동안 그들의 25년전 모습에 대한 기억으로 화면을 계속 채워나갈 바탕을 마련하게 되었고, 관객은 그들의 기억을 따라 아련한 추억기차에 몸을 실고 각자 자신의 과거와 조우하게 된다.
그렇다고 80년대 여중생들의 성장담을 담은 『써니』가, 동시대 남고생을 다뤘던 『말죽거리 잔혹사』의 중량감과 깊이를 지니고 시대의 분석과 추억을 이루어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시 학교장면에서의 폭력 행사에 대한 소묘를 통해 우리가 살아왔던 근거리의 역사가 지니고 있던 문제점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당당히 요구했던 『말죽거리 잔혹사』를 닮고자 하는 야심을, 『써니』는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써니』는 한 편의 코미디로서 이야기의 풍부함과 윤기에 더욱 집중한다. 그에 따라 7공주는 각기 다른 성격을 부여받게 되었고, 더욱이 이 캐릭터들은 25년 후 현재형의 성격과 대조를 이루는 묘미를 발휘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영화는 무려 14명의 ‘써니들’을 소개하면서, 각각의 캐릭터는 특징적인 포인트를 배당받은 배우들에 의해 집중적으로 연구 표현되어, 근래 보기드문 다중 성격 앙상블의 조합을 이루어내었다. 또한 2원으로 전개되는 7공주의 에피소드들을 전하기에 분주한 스토리는. 적절한 생략과 분절 그리고 용의주도한 편집순서상의 배치 등에 힘입어, 관객을 편안히 안내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하고 있다. 그리하여 어느새 관객은 때로는 순수하였으나 치기어렸던 어린시절에 대해 이해하는 여유를 가진 웃음으로,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과 불행에 대해 수용적인 안타까움으로 대면하면서, 스크린 속 인물과 상황을 각자 자기화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 허구의 이야기가 깜찍한 방식으로 보는 이를 감쪽같이 속이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마지막 성인이 된 ‘써니들’ 모두에게 해피엔딩의 조건을 부여하며, ‘하나를 위한 모두’ 그리고 ‘모두를 위한 하나’라는 ‘조직의 재건’을 선언하면서, 순수와 소통을 잃은 오늘의 중년에게 ‘물리적 퇴행을 통한 정신적인 자기성장’을 감행할 것을 선동한다. 가장 심한 판타지가 가장 강력한 현실적 반성을 유도해내는 기특한 아이러니가 발생하도록 하면서, 영화는 그 가장 ‘써니’한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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