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그인

우리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

노신영 선임기자
- 5분 걸림 -

 ‘2020년을 리셋해줘!’ 지난해는 이 한마디로 설명이 될 만큼, 그야말로 수난시대였다. 코로나19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긴 했으나, 나에게 더욱 많은 고민을 안겨준 것은 바로 편집장이라는 자리였다. 수습기자 시절, 내 눈에 비친 편집장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리더십의 표본이었다. 항상 편집국을 지키며 기사에 몰두하는 모습, 수많은 기자 앞에서 발언하는 모습 등 일과 조직원을 모두 사로잡는 모습에서 큰 동경을 느꼈기 때문이다. 성격이 무른 나에게 편집장이 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았지만, 그 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언론사 활동에 대한 동기부여는 충분했다. 처음 언론사에 지원했던 이유가 ‘다양한 글을 써보고 싶어서’였고 편집장이 작성하는 황룡담은 매번 나에게 큰 울림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언론사에 지원한 계기는 단순했지만, 활동을 이어갈수록 기대 이상의 배움을 얻게 되어 점차 나에게 언론사는 단순한 활동이 아닌 하나의 애정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편집장이 되어 언론사의 존재를 알리는 데 앞장서보기로 했다.

 하지만 편집장이 된 직후 코로나19라는 불청객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언론사 기자들의 주요 업무인데, 코로나19가 이 모든 것을 제약해버린 것이다. 그 상황 속에서 은연중에 ‘불가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긴 했지만, 편집장이 되어 발행하는 첫 신문을 어영부영 넘기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언론사 기자들과 합심해 직접 발로 뛰며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취재했고 학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모아 하나의 기사로 만들었다. 그렇게 첫 신문을 무사히 발행할 수 있었고, 많은 학우들이 언론사에 관심을 보이며 지원해주었다.

 이처럼 첫 시작은 나름 희망찼지만, 이 에너지가 언제까지고 유지되는 건 아니었다. 그동안 비쳤던 편집장의 긍정적인 이면만을 생각해오다가, 뒷면에 숨겨진 고충을 실감하니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나는 언론사가 어떠한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홀로 고민하며 헤매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뾰족한 방안이 떠오르지 않으면 자책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패턴은 마음에 수많은 고름을 남겼다. 그렇게 몇 번의 슬럼프를 겪고 나니 편집장과는 별개의 평범한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평소의 내 방식대로 생각해보자. 이것이 내가 내린 정답이었다.

 나는 그 시간을 통해 고충을 나눠 갖는 유연한 자세를 깨달았다. 그동안 혼자만의 문제라고 생각해왔던 것들에 많은 기자가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겨주었고 그들로부터 생각지 못한 영감을 얻기도 했다. 그동안 나는 리더의 역량으로 조직을 이끌어 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지금 언론사를 이루고 있는 30여 명의 기자들, 그들의 열정과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행보를 이어갈 순 없었을 것이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사실을 새삼 깨닫고 나니 그동안 언론사에서 쌓아온 경험들이 얼마나 귀중한지 알게 됐다.

 편집장으로 활동한 1년의 시간은 일종의 성장통과 같았다. 코로나19 사태 속 어려움에 직면한 순간도 있었지만, 언론사 기자들과 함께 이겨내 더욱 의미가 깊은 한 해였다. 이번 황룡담에서 풀어낸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깨달음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언론사를 포함하여 많은 이들이 불가능에 맞섰듯, 각자에게 주어진 성장통을 무사히 이겨내고 발전해나갔으면 한다. 그렇게 한 발씩 내딛으며 우리 모두의 2021년이 성취의 흔적으로 가득 채워지길 바란다.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