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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은 발가벗고 소리치는가

이가현 기자
- 4분 걸림 -

6월 11일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됐다. 축 제가 시작하는 서울광장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다양하다.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몸에두르고있는사람,부스를돌 아다니며 구경하는 사람, 광장 밖에서 소 리를지르며피켓을들고있는사람도있 다.

퀴어문화축제라고 해서 성소수자들만 참가할수있는것이아니기때문에,누구 도그들중누가성소수자이고누가성다 수자인지는알수없다.하지만모두가성 다수자인 것으로 '간주되는' 다른 날과는 달리 이 날은 서울광장에 있는 대다수가 성소수자인 것으로 간주된다.

그들은 매년 이맘때쯤이면 거리로 나와 음악을 크게 틀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춤 을 추는 등의 요란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린다. 마치 그날을 제외한 다른 날 동안 그들이 성다수자를 '불편하게' 만 들지 않으려고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조 용히 지냈던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으 려는듯이말이다.그날하루는누구의시 선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 옷 을입었고,어떤화장을했고,어떤성정체 성을 가지고 있든지 말이다.

퀴어문화축제는 올해로 17번째 열리는 축제지만, 여전히 그들을 향한 시선은 날 카롭다.그중대다수의지적은“그냥너 희들끼리조용히살면되는데,왜굳이이 런축제를해서사서욕을먹어?”에서시 작한다.

이는성소수자들이왜거리로나와그 들의 성정체성을 외치게 됐는지에 대해서 한번도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질문이다.

그들은 욕을 먹지 않으려고 발가벗고 거리로나온것이아니다.또한그들은논 란이되지않으려고큰소리로노래를틀 고거리에서춤을추는것도아니며,언급 되고 싶지 않아서 자신들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크게 외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온몸으로 외치고 있다. "우리는 계 속 여기에, 우리 그대로의 모습으로, 퀴어 하게 존재한다"고 말이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금기시하고 언급하 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말대로 “굳이 욕을 먹을 일”은 없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는 계속 부정당할 것이다. 필사적으로 외치 지 않으면,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오해들 을해결할수없다.상황은더악화되기만 할 것이다. 그래서 성소수자들은 거리로 나와서 외친다. 이렇게 성다수자와 함께 먹고, 자고, 사랑하고 있다고. 이번 퀴어문 화축제의 슬로건인 “QUEER I AM, 우리 존재 파이팅”은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성소수자들을 향한 불편한 시선은 또 있다.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노출이많은옷을입은사람들에대한 지적이다. 노출이 많은 의상이 불편하게 느껴질수있다.하지만그불편한시선이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어서 인지, 아니면 ‘성소수자’가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어서 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 예로 재작년 신촌 물총축제에 참가 한 사람들은 비키니 차림이었다. 퀴어문 화축제와 비슷한 시기에 같은 장소에서 진행 됐지만, 옷차림이 문제가 되진 않았 다. 그밖에도 퀴어문화축제는 늘 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것은 곧 성소수자들이 성 다수자와의 공존을 위해 억압 받아와야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점은 퀴어문화축 제가 성다수자들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다수자들이 불 편하다는 시선을 보내더라도 퀴어문화축 제는멈추지않을것이다.세상모든기준 이 다수자에 의해 정해지지 않는다. 적어 도 퀴어문화축제만큼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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