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연봉을 받고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 선수로 인해 메이저 리그(MLB)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다저스가 그에게 3600만 달러 계약을 제시한데는 이유가 있다. 다저스 텃밭인 LA는 교포들이 많이 살고 있어 류현진 선수가 그들을 보다 자주 야구장으로 불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저스는 LA를 넘어 한국이라는 시장까지 확보 할 수 있다. 실제 시즌 중에 그에 관한 뉴스는 메일 업데이트되다 시피하고 거리엔 다저스 야구 모자도 부쩍 늘었다.
하지만 다저스가 류현진을 사랑한 이유가 또 있다. 그가 왼손잡이라는 점이었다. 우스개로 메이저 리그에서 구단주들이 모이면 늘 늘어놓는 두가지 엄살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구단이 적자다”라는 것. 또 하나는 “쓸 만한 좌투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좌투수 가치가 크다는 뜻이리라. 왜 그럴까? 우선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에 비해 희귀하므로 타자는 왼손잡이 공을 쳐볼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좌투수가 던지면 같은 속도지만 공이 몇 마일 더 빠르게 느껴진다고 한다. 또한 좌투수는 좌타자에게 강하다. 재밌는 사실은 교타자들 중엔 좌타자가 많다. 좌타자는 우투수의 공을 보다 오래 관찰할 수 있기에 안타를 만들기에 유리하다. 또한 우타자와는 달리 좌타자가 타격을 할 경우 힘이 1루 쪽으로 실려 그 반동을 이용해 1루를 향해 더 빨리 질주 할 수 있고, 실제 좌타석에서 1루까지 거리가 우타석보다 한두 걸음 더 빨라 내야안타도 더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골칫거리 좌타자들이 좌투수 앞에선 힘을 못쓰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좌투수의 공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좌투수는 출루를 허용하더라도 1루 쪽을 바라보고 있으므로 주자를 쉽게 견제할 수 있다. 그래서 좌투수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오라고 했나 보다. 좌투수들의 위력은 이번 2014년 월드시리즈에서도 예외없이 발견되었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29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캔자스 시티 로얄즈와 2010년, 2012년 그리고 2014년 우승을 노리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간의 대결이었다. 캔자스 시티는 1985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거머쥔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올해 포스트 시즌도 와일드 카드로 진출했고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기적적인 연장 역전승을 거둔 이후 연승으로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에 오르고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하는 패기를 보여주었다. 그 과정에서 제이슨 바르가스, 대니 더피, 그리고 브랜든 피네간 등의 좌투수들이 중요한 순간마다 실점을 막아주었고 알렉스 고든, 마이크 무스타가, 그리고 에릭 호스머 등의 좌타자들이 타점을 올려주었다. 하지만 샌프란 시스코에는 위력적인 좌완 에이스가 있었다. 메디슨 범가너였다. 그는 1차전, 5차전에서 승리를 따내고 7차전에선 세이브를 올렸다. 왼손잡이 선수들로 재미를 본 팀이 왼손잡이 선수에게 덜미를 잡힌 것이다.
일상에서 왼손잡이는 소수라고 볼 수 있다. 오른손잡이가 보면 왼손잡이는 약간 특이해 보일 수도 있다. 심지어 왼손잡이에 대한 근거없는 편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위인들 중엔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뉴턴, 괴테, 빌 게이츠, 그리고 빌 클린턴 등 왼손잡이가 많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결과는 필자가 응원하는 팀이 7차전에서 패해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왼손잡이 투수 메디슨 범가너의 호투에 박수를 보낸다.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버리면 보다 재미난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주제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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