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과 인생
그리스 시대 기원전 450년 무렵 살았던 제논의 역설은 유명하다. 제논이 취한 방법은 변증법이었는데, 그런 간접 증명법에서 그는 소크라테스를 앞섰다. 그것은 상대방이 주장하는 전제에서 시작하여 그 전제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이끌어 내는 방법이다. 제논에 의하면,
아킬레스는 거북을 쫓아갈 수 없다.
다시 말해, 그리스의 단거리 선수로 유명한 아킬레스도 거북 뒤에서 출발하면 절대로 거북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킬레스가 처음에 거북이 있던 곳까지 가면 거북은 그 사이에 그보다 조금 더 앞서 가 있고, 다음에 아킬레스가 거북이 있던 곳까지 가면 거북은 또 그보다 조금 더 나아가 있고, 이런 식으로 되기 때문에 결국 거북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 이야기를 역설로 받아들이는가? 실제로는 금방 아킬레스가 거북을 따라 잡을 텐데 말이다. 제논의 또 다른 역설인 날으는 화살의 역설에 의하면,
화살은 결코 표적을 맞추지 못한다.
왜냐하면 화살이 표적을 맞추려면 화살과 표적 사이의 거리의 중점 을 지나야 한다. 다음에 또 과 표적 사이의 중점 을 지나야 한다. 이렇게 해서 를 지나지 않으면 표적에 닿지 못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나 앞의 거리의 반은 남게 되므로 결국 화살은 표적에 영구히 도달하지 못한다. 이 역설의 오류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고려하면 설명할 수 있다.
얼마 전 대구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 여러 가지 이변이 일어났다. 100m 세계 기록 보유자는 부정 출발로 100m 금메달을 따지 못했고 미녀새라 불리는 이도 장대높이뛰기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인생은 목표를 정하고 남들과 경쟁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너무 터무니없이 원대한 목표는 인생을 고달프게 하지만 적당한 자극을 주는 목표는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살면서 예상치 못한 많은 일들을 경험한다.
대학 생활에서 여러 가지 목표를 정한 학생들이 많다. 따라 잡아야 할 경쟁자, 선배, 후배들이 많다. 경쟁 속에서 불가능(Impossible)해 보이는 목표도 나는 가능하다(I'm possible)고 말하는 대학생의 패기를 찾아보고 싶다. 몇 가지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따라 잡는 군산대학교 학생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옛날, 옛날에 토끼와 거북이가 살고 있었다. 토끼는 매우 빨랐고, 거북이는 매우 느렸다. 어느 날 토끼가 거북이를 느림보라고 놀려대자, 거북이는 토끼에게 달리기 경주를 제안하였다. 경주를 시작한 토끼는 거북이가 한참 뒤진 것을 보고 안심을 하고 중간에 낮잠을 잔다. 그런데 토끼가 잠을 길게 자자 거북이는 토끼 옆을 한참 지나가고 잠에서 문득 깬 토끼는 거북이가 어느새 경주를 마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화 끝에는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가 승리한다" 는 교훈이 그대로 적혀 있다. 인생을 경주에 비교했고, 토끼는 게으른 인간, 거북이는 성실한 인간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토끼가 경주를 마치고 잠을 잤다면 토끼와 거북이는 시시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래도 거북이는 중요한 경험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거북이는 무슨 생각으로 경주를 제안했을까? 아마 지더라도 손해볼 것은 없고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처럼 이변은 일어날 수 있으니까라고 말할 것이다.
첼로의 거장 파블로 카잘스는 아흔이 넘어서도 하루에 6시간씩 첼로 연습을 했다고 한다. 이유를 묻는 기자들 앞에서 카잘스는 말했다. "나는 지금도 매일 발전해 가고 있는 것 같소(I think I'm still improving everyday)." 독자와 필자 역시 지금도 날마다 조금씩 목표를 향해 발전해 가고 있음을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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