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대학 문화 형성>
이맘때면 언제나 그러하듯, 캠퍼스에는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들이 가득하다. 흔히 새내기라고도 불리는 신입생들을 보노라면 그야말로 싱그럽기 그지없다. 신입생들이 싱그럽다는 것은 분명 진부한 표현이기는 하나, 진부하다는 것은 또 한편으로 그만큼 많이 공감을 얻어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회로의 첫 발을 내딛는 신입생들의 얼굴에는 기대감과 자신감, 그리고 일종의 설렘이 가득 차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입생들의 첫 시작, 대학가의 봄은 크고 작은 사고들로 얼룩져 있다. 올해의 경우, 신입생들이 정식으로 입학하기도 전인 2월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한 연세대 학생이 숙소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부산의 모 대학에서는 신입생 환영회에 참여한 1학년 학생이 얼차려를 받다 쓰러져 일주일 후인 3월 18일에 끝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음주나 폭행으로 인한 사망 사고는 비단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2~4월에 열리는 신입생 관련 행사에서 음주로 인한 대학생 사망 사건만 해도 2007년 3명, 2008년 3명, 2009년 2명, 2010년 2명 등으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사망 사건 이외의 안타까운 소식을 포함하면 신입생을 맞이하는 대학의 봄에 발생하는 사건과 사고는 훨씬 많이 집계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사건 사고가 대학의 봄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주로 엠티나 축제 등, 대학에서의 사회 활동이 일어나는 시기에는 어김없이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발생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된다.
이러한 안타까운 사건들의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첫째, 많은 대학생들, 특히 신입생들은 음주 문화와 관련하여 자기 통제력이 부족하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신입생들이 자기 주량이나 술버릇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나, 음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후에도 성인보다 훨씬 잦은 빈도로 술을 마시고, 높은 비율이 폭음을 하는 등 대학생들의 음주 문화는 전반적으로 그다지 건전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둘째, 대학의 학부 또는 학과에 새로 진입하는 신입생들, 그리고 기존 구성원들의 소속감을 강화시키기 위한 강제적인 신고식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신고식이란 특히 일정 기간 동안 치부를 공유함으로써, 혹은 치부를 조장함으로써 소속감을 강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자의와 상관없이 불건전한 행위를 가담하거나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야 하는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곤 한다. 지난 2월에 발생한 세종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벌칙 수행 사진이 문제를 일으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대학생들의 음주 문화를 제어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점이다. 대학생들은 술을 마시는 것이 합법적인 성인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음주 문화를 일일이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사실상 음주 문화가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대개 타의에 의한 음주 강권이 동반될 때이다. 특히 사발식 등의 신고식 문화와 어우러진 음주 문화는 십중팔구 의도치 않은 사건을 수반한다. 따라서 대학가에서 벌어지는 안타까운 사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타파해야 할 일은 소속감 강화를 위한 강제적 신고식 문화를 없애는 일이다. 그러나 어느 집단이든지 구성원의 소속감은 집단 유지의 가장 강력한 동원력이 되기 때문에, 강압적으로 신고식 문화를 제거하려고만 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숨겨진 형태의 신고식들이 새로이 도입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될 경우 빠른 대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현재의 강압적인 신고식 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는 강압적이지 않고 건전한 새로운 소속감 강화 수단을 제안해야 한다.
실제로 여러 대학에서 소속감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하고 건전한 대안들을 도입하고 있다. 백석대학교 사범학부 특수체육교육과는 장애아동과 함께하는 MT를 시행하고 있다. 이 활동은 학교에서의 이론을 실습할 수 있는 기회일 뿐 아니라, 장애아동을 가르치는 고된 업무를 함께 분담함으로써 친밀감과 강한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이런 비슷한 시도로는 계명대 사진영상디자인학과에서 시행중인 “함께하는 명랑운동회”가 있다. 이 학과에서는 지역복지관 학생들을 학교로 초청하여 학과의 학생들과 함께하는 운동회를 개최한다. 전주비전대학교 유아교육과에서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살리는 사회운동인 “세이브 더 칠드런”에 함께 참여하는 대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대안 수단들이 굳이 봉사활동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소속감을 강화하는 수단이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학과나 학부에의 소속감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인 만큼 전공과 관련된 건전한 활동이면서, 동시에 적당히 어려운 활동이라면 만족스러운 대안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안 활동을 수행한다면 성취감과 소속감, 그리고 참여한 학생들 사이의 건전한 유대감이 효과적으로 형성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더불어, 다양한 활동이 대안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우리 대학가의 MT 문화 전반이 보다 건전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경우 대학생들의 MT는 대개 숙소에 모여서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는 대학가에 과음, 혹은 폭음 문화가 고착되는 주요 원인이기도 했다. 따라서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이 편성될 수 있다면 음주로 점철되었던 많은 시간들이 보다 의미 있고 건전한 활동으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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