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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

박주영 선임기자
- 4분 걸림 -

 기승을 부렸던 더위가 한풀 꺾이고 2학기 개강을 맞았다. 나는 독자에게 한 계절이 바뀔 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묻고 싶다. 아마 미리 세운 계획을 따라 하루를 채운 사람도, 적당한 쉼을 찾아 여유와 에너지를 채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채로운 각자의 방학 속, 내 주위 친구들은 대체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이를 보면 역시 대학생에게는 일정 기간 수업을 쉰다는 방학(放學)의 의미가 무색한 듯하다. 하지만 나는 여느 대학생답지 않은 방학을 보냈는데, 이를 통해 느꼈던 변화와 생각을 말해보려 한다.

 이번 황룡담의 제목은 ‘카르페 디엠’이라는 꽤 오래된 내 라틴어 좌우명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를 잊고 살았음을 느꼈는데, 쉽게 흥미를 잃고 지치는 나답지 않은 모습에서 낯선 감정을 느낀 것이다. 그러던 중, 방학을 맞이해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지 못했던 소꿉친구를 만났다. “그때 기억나?”로 피어난 대화는 “지금 뭐 해?”를 거쳐 “나중에 뭐하지?”에 도달했고, 제 생계를 위해 타지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는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살았던 어린 시절이 그립다며 신세 한탄을 했다. 그리고 이내 미래를 위해서 즐겁지 않더라도 돈을 바짝 모을 거라고 했다. 이 한마디에 담겨있는 씁쓸함은 아마 많은 이의 인생에 녹아있을 듯하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니 지금을 즐겨야 하지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순 없으니 다가올 미래를 위해 힘들더라도 참아야 한다.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이런 모호한 결론을 도출했다. 결론이랍시고 나온 모순적인 한 문장에 어쩌면 나와 친구, 혹은 모든 사람은 지금 모순 가득한 인생의 길을 방황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많아지는 생각에 스스로 근심이 들 때쯤 ‘방황하는 김에 마음껏 해보자!’라는 방학 계획을 세웠다. 드라마 정주행, 운동, 악기 연주 연습 등이 그것인데, 바로 ‘즐거운 일’을 계획한 것이다. 계획치고 그다지 안 거창해 보일지 몰라도, 해야 하는 일 사이사이에 정말 꾸준하게 즐겼고, 개인적으로 느낀 효과는 거창했다.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밀려난 즐거움이 제자리로 돌아오자, 해야 할 일도 즐기며 해낼 수 있는 체력을 얻었다. 여담이지만 지금은 운동장 1시간 정도는 거뜬히 뛰고, 악보가 없어도 3곡이나 더 연주할 수 있다. 더불어 마음가짐이 건강해졌는데, 달라진 몸과 마음을 통해 ‘현재를 즐기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유의할 건, 현재를 즐기라는 말이 모든 걸 놓고 놀기만 하라는 것이 아니다. ‘현재를 소중히 여겨 충실하게 살라는 것’이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모두 소중한 현재에 즐겁게 해보라는 것인데, 이를 통해 지금의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아줬으면 한다. 당신을 즐겁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이 두 질문에 대한 답변을 스스로 찾다 보면 더 빨리 현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난 두 달을 ‘쉼으로 숨을 얻은 시간’이라 정의하고 싶다. 그때 채운 여유와 에너지를 이용해 난 지금을 즐기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2학기의 새로운 하루를 살고 있다. 쉽지 않아도 강의나 강습을 시작한다는 개강(開講)의 의미에 ‘즐거움’을 넣어보는 건 어떨까? 아니면 ‘현재를 즐기자’라는 말을 좌우명 삼아도 좋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각자의 인생에 밝은 가로등이 되어줄 수도 있으니까. 지금, 오늘은 당신에게 확실하고 중요한 순간이다. 그럼 모두 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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