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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관세행정의 유일한 건축유산, 구 군산세관 본관

김의한 선임기자
- 6분 걸림 -

한반도 서쪽에 위치한 군산은 예로부터 서해안 뱃길의 요충지로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조운제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었다. 19세기말에 이르러 대한제국 정부의 속령으로 개항장이 되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군산은 주로 근대 개항도시의 모습으로 기억되어 왔다. 군산이 근대도시로 변모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개항’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직접적인 결과물이 내항의 구 군산세관 본관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문을 연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왼편에 자리한 자그마한 벽돌 건물인 구 군산세관 본관은 그 생김새가 주변의 요즘 건물들과는 달라 뭔가 사연이 있는 건축물임을 직감하게 한다. 1993년까지 군산세관 본관으로 사용되었고 현재는 호남관세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세관이란 외국과의 무역을 관리하기 위한 관세행정기구이다. 군산을 개항한 대한제국 정부는 항만 건설과 함께 개항장에 필요한 각종 행정시설을 설치하게 된다. 이때 설치된 여러 행정시설 중 하나였던 세관은 본래 청나라가 17세기 외국과의 무역을 위해 항구에 해관(海關)을 설치하고 관세를 징수한데서 유래한다. 우리나라도 처음에는 해관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였으나 1905년 이후 일본이 우리 해관의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1908년 우리 해관을 일본 세관의 일부로 흡수, 통합하는 과정에서 세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었다.
현재 남아있는 구 군산세관 본관은 바로 그 시기에 지어진 건축물로 1907년 7월에 공사를 시작하여 약 10개월 후인 1908년 5월에 준공하였다. 군산세관과 비슷한 시기에 인천, 부산, 목포, 원산, 진남포 등 여러 개항장에도 세관이 지어졌다. 인천이나 부산에 지어졌던 세관은 군산세관에 비해 그 규모가 훨씬 크고 웅장한 건축물이었다. 그러나 당시에 지어졌던 세관 중 군산세관 만이 유일하게 현존하고 있다. 대한제국 정부가 여러 개항장을 관리하기 위해 설치했던 행정기구 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단 하나의 물리적인 흔적이 구 군산세관 본관 건물인 셈이다.
구 군산세관 본관을 제외하고는 그 주변으로 개항기 군산항의 모습을 알 수 있는 흔적은 거의 없다. 이 건물 뒤쪽에 있는 붉은 벽돌 창고 정도가 유일한 그 시기의 흔적이다. 그러나 당시 군산세관 신축공사는 군산항 건설 공사의 일부였다. 군산세관 주변으로 항만 건설을 위한 해안 매립공사와 선박 접안을 위한 잔교가설공사 등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따라서 근대적인 항구로서 군산항은 구 군산세관 본관에 인접한 해안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내항의 물리적 형태가 완성되는 1930년대까지 계속된 지속적인 매립공사로 구 군산세관 본관은 해안과는 멀리 떨어진 건물이 되어 버렸다.
이 건물을 소개한 문화재 안내판을 보면 당시 이 건축물을 설계한 사람이 이름을 알 수 없는 독일인이라 전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증명할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다만 개항기 우리나라 관세행정을 총괄했던 총세무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해관 직원이 서양인이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개연성은 있다. 물론 그 반대 논리도 가능하다. 1905년 일본이 우리 외교권을 강탈한 을사늑약 이후 종교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서양인이 우리나라를 떠난다. 그리고 당시 개항장과 세관 건설을 전담하였던 행정관청인 대한제국 탁지부 산하의 건축소는 대부분 일본인 기술자로 채워졌고, 군산세관과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부산세관, 인천세관 등은 모두 일본인 기술자가 설계한 건축물이다. 좀 더 풍부한 사료 발굴과 함께 좀 더 객관적이며 비판적인 시각에서의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건축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이 이루어지는 직접적인 물리적 환경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때문에 건축은 우리 삶의 당연한 일부분으로, 가치중립적인 도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건축물이 우리 삶에 밀접한 만큼, 그 건축물에는 사람의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나이를 좀 먹은 건축물의 경우에는 그 건축물에 살았거나, 이용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 시대와 사회의 이야기가 듬뿍 담겨있다. 군산의 여기저기에 남아있는 근대시기 건축물에도 그 건축물에 살았던 군산 사람들, 그 시대 군산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이다. 때로는 건축물이 역사책이나 소설책만큼 생생하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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