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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있는 것을 보지 못하면

박미혜 선임기자
- 4분 걸림 -

 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모두 소중히 하는 사람’이라고 단언하며 살아왔지만, 최근 나에게 치명적인 단점을 발견했다. 어려운 과제에 부닥치거나, 당장 급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될 때, 무심코 ‘내일의 내가 하겠지?’ 생각하고는, ‘내일의 내가 하겠지.’라며 마침표를 찍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미뤄진 일들은 대부분 당장 급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잠시 미뤘던 것이기도 하고, 시간을 가진 후에 조금 더 고민하며 실행하기 위함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할 일이 내일로 또, 내일 할 일이 모레로 미뤄지고 있다는 딜레마를 인지하고 나서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문젯거리였다.

 이 문제를 직시하게 된 것은 편집장이 되고 나서, ‘오늘은 무엇을 하고, 내일은 무엇을 해야 한다.’라고 작성하는 일과 다이어리를 통해 알게 됐다. 하루 동안 마무리 지어야 할 목표를 설정하여 시행하려 했건만, 나는 대부분을 지키지 못했다. 이렇게 미루며 일을 끝맺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하루에 듣는 수업이 하나가 아니듯, 수업의 과제 또한, 한 개가 아니었다. 수업 외에도, 나는 언론사, 블로그 운영까지 해야 했기에 더욱 신중하고, 야심찬 계획을 세워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일과표’라는 명목하에 ‘하루 동안 최대한 많이’라는 목표로, 일주일 안에 해내야 할 모든 일들을 적고 실천하고자 했다. 당연하게도, 하루 동안 세우는 목표는 내 역량으로 하루 안에 이뤄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첫 취지는 일주일 안에 마쳐야 할 일들을 최대한 빠르게 끝내보려는 것이었는데, 하루 안에 실현하지 못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는 ‘일주일 안에 해야 할 일들’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미뤄왔던 것 같다. 이렇게 내 일과표는 주 계획표로 변했고, 앞서 이야기했듯 무심코 ‘내일의 내가 하겠지?’ 생각하고는, ‘내일의 내가 하겠지.’라며 마침표를 찍고 있었다. 매 하루에 주어진 시간은 똑같은데, 하루마다 주어진 일의 양이 달라졌다. 월요일이 나에게 여유로운 하루라면, 일요일은 제일 급박해지는 하루가 됐다. 그리고 그렇게 급박해야만 일을 비로소 마칠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보다 멀리 보고, 보다 크게 보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그렇게 멀고 크게만 바라봤다가, 종국에 가까이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당장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이것인데, 급작스레 다가올 때쯤 그제야 인지하고 대응하고 있던 것이다.

 요즘 세상 사람들은 모든 이들의 출발선이 같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모두가 불공평을 외치는 세상 속에서 만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것이 있다. 바로, ‘시간’이다. 우리 모두는 하루에 동등한 시간을 부여받으며 매 순간, 새로운 ‘나’를 향해 나아간다. 과거와 미래의 자신을 기억하고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나’와 그 상황을 조금 더 마주해보는 것은 어떨까?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그리는 것은 과거와 미래의 내가 아닌 바로, 현재의 ‘나’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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