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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다들 안녕하셨습니까?

곽승연 선임기자
- 3분 걸림 -

편안할 안에 편안할 녕을 쓰는 안녕(安寧)이라는 말은 ‘아무 탈 없이 편안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의미를 따지고 보면 저는 항상 그렇게 ‘안녕’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일이 잘 풀리는 듯 하다가도 꼭 실수를 하게 되고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 라고 느끼다가도 꼭 뒤통수를 맞기 마련이었습니다. 사실 저희의 삶은 여러 가지 탈이 있어왔습니다. ‘잘 먹고 잘 싸면 무탈하지’라고 생각해도 어딘가에서 또 무언가를 잘 못 먹고 나서 배탈(-頉)이 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안녕’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인사말이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에서 국왕을 비롯하여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안부를 묻고 답할 때 안녕이라는 말이 쓰인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주상 전하의 옥체는 안녕하십니까?”라고 물으면 “안녕하다”라고 대답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널리 쓰이면서 우리의 인사가 된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대학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입니다. 이것은 2013년 12월 한 고려대생이 철도 민영화, 불법 대선 개입, 밀양 주민 자살 등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청년들에게 남의 일이라고 외면해도 괜찮은지를 묻는 대자보를 붙인 것을 계기로 시작됐습니다. 그가 쏘아올린 신호탄은 높이 솟아올라 전국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대학생뿐만 아니라 고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많은 이들이 응답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안녕하냐고 물었고 우리는 그가 보낸 시그널에 안녕하지 못하다고 답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안녕을 물어왔습니다.

우리의 안부물음에 세상은 많이 바뀌어왔습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 라고 다시금 느꼈던 그날, 우리는 미안함에 흘린 눈물을 잊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움직였고 혼자선 연약했던 촛불을, 입김으론 절대 꺼지지 않을 만큼 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주변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어도 혼자서 외로웠을 그들에게 나도 그렇다(#MeToo), 당신과 함께 한다(#With You)라고 응원했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동안 안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희의 안부 먼저 말하자면 그간 저희 언론사는 그다지 안녕하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탓이든, 아니든 저희는 이제 모든 것을 청산하고 새롭게 시작하려고 합니다. 약 반년 정도의 공백기를 반성하며 모두가 저희의 인사에 “안녕합니다”라고 답할 때까지 더 많이 뛰고 찾아가며 물으려 합니다.

“여러분, 그간 다들 안녕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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