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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망굴과 수시탑, 그리고 월명산의 근대 기념물

김의한 선임기자
- 5분 걸림 -

은파 호수와 월명산은 군산시민들이 가벼운 산책과 운동을 위해 가장 자주 찾는 시민 공원이다. 도심 가까이에 산책과 등산을 즐길 수 있는 공원이 있다는 점은 다른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군산의 장점 중의 하나일 것이다. 시민을 위해 잘 갖추어진 공공 공원을 조성하는 것도 역사적으로 근대 도시 공간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였다. 또한 이곳 공원들에는 군산시의 근대사와 관련된 여러 기념물들이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은파 호수에도 몇 개의 기념탑이 세워졌지만, 근대기를 거치는 동안 군산의 크고 작은 기념비와 탑, 각종 시설물들은 월명산을 중심으로 세워졌다.

월명공원이 근대기에 조성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월명산에 조성된 근대 기념물들은 군산 근대사의 여러 장면들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월명공원 입구의 해망굴은 수산업의 중심지인 해망동과 군산 시내를 연결하기 위해 1926년 10월 16일 완공되었다. 1926년은 현재와 같은 군산 내항 모습의 기본 골격이 완성된 제3차 축항공사가 시작된 때로서 해망굴의 완공으로 군산 시가지가 월명산 너머 서쪽으로 확장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이 갖추어지게 된다. 1920년대 중반이후 군산부청 등 공공청사가 구 시청 주변으로 옮겨지면서 군산시의 도시 중심이 변화하게 되는데 해망굴의 건설은 이러한 군산시 변화 과정의 산물이었다.

군산 내항에서 월명산을 바라보면 멀리 산 중앙으로 하얀색 탑이 눈에 들어온다. 이 탑이 월명공원의 대표적인 기념물로서 군산시를 수호하는 탑이라는 의미의 수시탑(守市塔)이다. 1968년 군산시의 발전을 위해 세운 상징탑으로 돛을 펼친 배의 모습과 활활 타오르는 횃불을 형상화한 것이다. 완공 당시에는 군산시의 발전을 기원한다는 뜻의 성시탑(盛市塔)이었다가 이후 현재와 같이 이름이 바뀌었다. 수시탑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멀지 않은 위치에 여러 개의 기념탑들이 모여 있다. 특히, 우리 근대사의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었던 삼일운동 및 한국전쟁과 관련된 삼일운동기념탑과 해병대전적비가 대표적이다.

삼일운동기념탑이나 해병대전적비에 비해 규모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 충혼불멸탑이나 의용불멸탑도 군산 근대사와 관련된 의미 있는 기념탑이다. 충혼불멸탑은 한국전쟁 당시 호남지역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군산시 6개 학교 211명의 학도의용군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1951년 6월 25일에 세운 탑이다. 의용불멸탑은 해방 직후 일본군 무기와 탄약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하던 군산시 경마장에서 미군 병사의 실수로 발생한 1945년 11월 30일의 대규모 폭발사고 때 희생된 분들을 추모하기 위해 1961년 5월 5일에 세운 탑이다. 두 탑은 석재 기단 위에 오벨리스크 형태의 탑신을 올린 당시 기념탑의 형식을 잘 보여준다.

수시탑 등의 여러 기념물에 비해 더 알려지지 않은 구조물이 하나 있다. 월명공원 초입의 비둘기집과 매점에서 오른쪽으로 산길을 오르면 충혼불멸탑과 의용불멸탑이 있고 그 위로 작은 전망대가 하나 있다. 이 전망대는 군산개항 60주년을 기념하여 1959년 5월 1일 준공한 구조물이다. 기단 위에 4개의 원기둥으로 타원형의 2층 바닥을 지지하고 나선형 계단을 그 중앙에 두었다. 2층에는 철제 난간을 설치하고 다시 4개의 원기둥으로 원형 지붕을 지지하도록 하였다. 규모도 작고 눈에 띌만한 세련된 형태는 아니지만 50년대 말 당시의 감각과 기술을 느껴볼 수 있게 하는 구조물이다.

월명산의 또 다른 독특한 경관 중 하나가 설림산과 점방산 사이 계곡에 펼쳐진 월명호수의 모습이다. 군산시민이 자주 이용하는 산책로 중 하나인 월명호수는 잘 알려진 것처럼 일제강점기 동안 군산시내 식수 공급을 위한 수원지로 조성된 인공호수였다. 군산으로의 인구 유입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식수원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1912년부터 1915년까지의 공사를 통해 식수 저장을 위한 제방과 수위측정탑 등이 건립되었다. 식수공급이라는 원래의 용도는 오래전에 중단되었지만, 근대기 군산의 생활환경을 보여주는 중요한 산업시설물이라는 점에서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어 해망굴과 함께 국가 지정 등록문화재로 관리되고 있는 월명산의 대표적인 근대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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