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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집장의 버킷리스트

박주영 선임기자
- 4분 걸림 -

 파릇한 새내기 시절, 한 교양 수업에서 앞으로 있을 대학 생활 동안의 목표를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수습기자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론사 활동 : ‘장’ 들어간 직위 해보기>라는 귀엽고도 야망 있는 목표를 내세우기도 했다. 이 목표가 언론사를 대표하는 ‘편집장’을 저격한 말은 아니었다.  언론사에 대한 열정이 강해 열심히 일하다 보니 부팀장, 팀장을 거쳐 편집장이 되었고, 지금은 편집장으로서 활동한 지 1년이 되어 어느새 마지막 황룡담을 쓰게 되었다.

 지난 1년을 박주영 편집장으로 지내며, 나는 주로 ‘성실한, 바쁜, 부지런한, 계획적인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따라서 내 MBTI(성격유형)의 끝이 J(계획적)가 아닌 P(충동적)라는 사실에 놀란 사람도 여럿 있었다. 수업이 끝날 때마다 들려오는 “오늘도 언론사 가냐”라는 물음에 어김없이 “응”이라는 대답을 했고, 나를 소개하는 시간이 생길 때면 항상 ‘언론사 편집장’이라는 명예를 앞장세웠다. 그만큼 언론사라는 곳과 편집장이라는 역할에 애정이 가득했다.

 그러나 학업을 병행하며 한 조직을 애정만으로 이끌어 나가기란 쉽지 않았다. 책임을 다하기 위해선 잠을 줄이고, 누구보다 부지런해야 했다. 또 몇몇 기자들의 연락 두절과 하루가 달리 변하는 사건들 탓에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고통의 시간은 지나기 마련이었고, 신문을 발행할 때마다 그 시간은 어느 정도 미화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편집장으로서 고통보다 행복이 더 컸던 것 같다. 누구보다 잠을 못 잤지만, 그만큼 꿈을 키울 수 있었고 꾸준히 골머리를 앓았지만, 그만큼 좋은 인연과 배움을 얻었으니까. 황룡담의 마무리를 앞두고 느껴지는 시원섭섭한 기분은 아마 편집장이라 경험할 수 있었던 ‘행복’에서 발현된 감정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의 지난 1년은 성공적이었다. 2021년의 언론사를 이끈 편집장으로서는 물론 나 자체로서도 말이다. 특히 언론사의 인지도 상승은 약 40명의 기자와 ‘함께’ 이룬 가장 큰 성공이었다. 평소 부끄러워 표현을 잘 못 했지만, 기자들의 고생을 다 알고 있다. 그래서 편집국에서 일하는 기자나, 일을 나서서 도와주는 기자를 마주할 때면 음료수를 뽑아 슬쩍 건네며 고마움을 종종 표하기도 했다. 이 글을 빌려 그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누군가에겐 내가 부족한 편집장이었을 수도 있지만, 나는 모든 기자를 소중히 생각했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모든 도전은 참 아름답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 말이다. 편집장이라는 자리는 잠도 많고, 감정적이었던 내게 큰 도전이었다. 이런 탓에 힘든 순간이 불쑥 찾아오기도 했지만, 그 도전에 대한 후회는 없다. 스스로 기회를 잡아 멋지게 해낸 사람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사람을 응원할 때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다.”라는 말을 건넨다. 혹시 두려움에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도전해보자. 도전하는 그 모습, 그 자체로 당신은 멋진 사람이다.

▲ 수습기자 시절, 박주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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