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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을 기록으로, 지나간 시간은 추억으로

박미혜 선임기자
- 4분 걸림 -

 초등학생 때 나는 매일 저녁 꼬박꼬박 일기를 쓰곤 했다. 물론 어린 나이에 자의로 썼던 일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 나에게 일기란 과제와도 같은 것이었다. 공원을 돌며 맡았던 아카시아 꽃냄새, 엄마와 함께 심은 가지 등 모든 것이 새로웠던 하루의 일과는 매일 밤 적는 일기의 새로운 주제가 됐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중학생이 되고는, 쓴 지 몇 년 채 지나지 않은 일기가 마냥 부끄러워 서랍 한 켠에 숨겨놓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삐뚤빼뚤한 어린 시절의 일기가 과거의 나를 다시 만나게 해줄 접점이자 소중한 보물로서 여겨지게 된 것은.

 문득 꺼내 본 어린 시절의 일기장에서 피어오른 과거의 향수는 그 순간들을 더불어, 어린 시절의 나의 모습을 회상시켜주었다. 몇 페이지를 넘겨 한 공책이 끝나갈 때 쯤, 이제는 지나버린 과거의 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기도 했다. 그 순간에 주어진 선택지와 기회, 무엇보다도 때 묻음 없이 순수하고 당찬 지난 시절이 부러웠던 것 같다.

 시간은 흐르고,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맞이하는 혹은 앞으로 맞이할 일상 하루하루를 더욱 소중히 여겨야만 하는 이유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과거이자 지나간 시간이 다가오는 미래보다 덜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얼핏 보기에 분리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지나간 시간을 소중히 간직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년 전, 나는 우연한 계기로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주로 ‘외지인에게 알려주는 우리 지역 맛집’을 콘텐츠로서 다루곤 했다.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포스팅을 시작했던 터라, 초기 블로그 포스팅에는 실제 내가 드러나는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10개, 20개의 포스팅을 넘겼을 무렵에는 포스팅 속에서 나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블로그 사진 속 ‘나’의 추억부터 그것을 포스팅하는 ‘나’, 그리고 기록한 추억을 다시 보는 ‘나’까지, 온통 나만의 순간들로 가득 차 있다. 이렇게 일상의 순간을 항상 기록으로 남기다 보니 마음가짐도 달라졌는데, ‘이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보다 ‘그때 그랬지.’라며 추억하게 됐다는 것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 여행에서 쌓는 새로운 경험 등 옛 포스팅을 볼 때면, 문득 그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이렇듯 우리는 지나간 순간을 기록으로 추억할 수 있다. 일기장 등 간단히 글로 추억하는 방법부터 사진, 비디오, 음악, 문서 등 일상을 기록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또한, 우리의 일상을 공유할 수도 있다. 앞서 말했던 블로그, 카페, 유튜브 등 이제는 나의 일상을 누군가에게 공유할 수 있고, 누군가가 또 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어떠한 일상이든, 그리고 어떠한 일상을 추억으로 남기든 일상의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정말 값진 일이다.

 어릴 적 미래를 그린 이들은 모순적이게도, 성인이 된 후에 과거를 그리워한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라 돌아가길 원하는 시점의 차이는 발생하나, 누구나 한 번쯤은 ‘그때’의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즐거워서, 행복해서 혹은 후회해서. 각자 과거의 순간을 되새기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물론,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나간 과거의 순간을 생생하게 추억으로 남길 수는 있다. 과거의 순간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과거로 잠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이번 황룡담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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