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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Myself

박주영 선임기자
- 4분 걸림 -

 항상 한 해의 마지막 달은 유독 애틋하게 느껴진다. 나는 이맘때쯤 되면 지난 시간을 어떻게 살았는지와 스스로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되돌아보며, 속으로 인생과 자아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하곤 한다. 눈이 조금씩 내리던 얼마 전, 나는 함께 걷던 친구에게 대뜸 “너는 네가 너인 것에 만족해?”라고 물었다. 스스로에게만 하던 질문에 다른 이는 어떤 답변을 할지 궁금하여 우발적으로 한 물음이었다. 친구는 내 질문에 짧은 고민을 하곤, “아니”라고 답변했다. 가족, 친구, 경제적 여건 등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은 만족스럽지만, 자기 자신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친구의 낮은 자존감이 보여 씁쓸하기도 했다.

 나는 내가 나인 것에 아주 만족한다. 나의 장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자신감이 필요할 땐 이를 근거 삼아 당차게 해낸다. 이를 보아, 아마 나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를 사랑한 덕분인지 불쑥 찾아오는 힘든 순간에도 긍정을 발휘할 수 있었는데, 특히 올해엔 나의 명예와 학업 면에서 그 덕을 톡톡히 봤다. 이뿐만 아니라 나에 대한 사랑은 남을 향한 사랑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나는 처음 만나는 상대의 장점을 쉽게 알아보곤 한다. 이 덕분에 상대가 움츠러들 때 그의 장점을 말해주며 힘을 복 돋아 주고, 그럴 때마다 상대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며 거꾸로 나를 따뜻한 사람인 양 칭해준다. 서로의 자존감을 채워주는 관계를 만드는 게 그리 어려운 건 아닐 수도 있다고 느낀 경험이었다.

 여태까지 ‘나는 나를 사랑한다’라며 자존감에 대해 말했지만, 나 또한 자존감이 뚝뚝 떨어지던 때가 있었다. 나의 자존감을 유일하게 갉아먹었던 건 작은 키에 대한 것이었는데, “키가 너무 작아서 이러이러한 걸 못하겠다.”라는 얘기를 들을 때면 마치 내 능력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다. 살아오면서 키가 작은 게 싫은 적이 없었지만, 고작 키로 내 능력이 평가되었던 순간엔 싫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데도 개의치 않았던 건, 키는 굽 높은 신발을 신으면 커지고, 이미 다른 장점이 내 자존감을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존감을 채우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일단 사소해도 좋으니 자기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아야 한다. 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자신을 재정립하다 보면 ‘나는 이런 걸 잘하고 좋아하며, 이런 걸 하고 싶구나’라며 새삼 각성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마음에 드는 구석을 찾는 것도 필수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든지, 반려견이 귀엽다든지, 속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든지 무엇이든 괜찮다. 그저, 그렇게 좋은 구석이 모여 만들어진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건, 자존감과 자존심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적 정의를 보면 ‘자존감’은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 ‘자존심’은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다. 즉 우리는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자존심을 부리기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인정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감의 근거가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이 되도록 유의하며 자신을 사랑하도록 하자. 자신을 향한 사랑이 추후 타인에게 향할 수 있길 바라며, 일단 Love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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