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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의 보폭으로 갈게

박주영 선임기자
- 4분 걸림 -

 지난달, ‘롤린(Rollin’)’이라는 노래가 역주행하며 음원 사이트와 유튜브 등 각종 매체를 장악했다. 이는 2017년에 발매된 곡으로 4년이 흐른 지금에야 주목을 받았는데, 노래의 주목으로 해당 가수인 ‘브레이브걸스’를 향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들은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이한 걸그룹이다. 하지만 그 오랜 시간 동안 주목받지 못했고, 치열한 가요계 속 더딘 성장에 해체 직전까지 갔다고 한다. 그러나 해체하기 하루 전, 그들의 군 위문 공연 영상이 화제 되었고 데뷔 10년 만에 해체가 아닌 ‘전성기’를 맞았다. 노래의 상쾌한 리듬, 밝은 에너지는 나의 관심을 끌기도 충분했는데, 하루에 몇 번씩 듣고 보며 10년이라는 시간 속 그들의 보폭과 나의 보폭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각자만의 보폭이 있다. 주로 길을 걸을 때 자신의 보폭을 느낄 수 있는데, 나는 상대적으로 짧은 보폭을 가졌다. 이런 탓에 어딘가를 향해 누군가와 걸을 때면 매번 뒤처지곤 한다. 짧은 보폭은 더딘 속도를 만들었고, 어느새 동행자의 뒤를 힘겹게 따라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겅중겅중 걷는 친구의 긴 보폭을 부러워한 적이 있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긴 보폭은 누구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게 하는 힘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가끔 각종 매체에서 ‘최연소’, ‘최단기간’이라는 수식어로 주목받는 이들을 본다. 매체 속 내 또래, 혹은 나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의 성공신화에 문득 초조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매체가 아닌 내 주변을 통한 초조함이 더 컸다는 것이었다. “그 아저씨 딸은 너랑 동갑인데 지금 은행에서 일하고 있다더라.”, “나중에 뭐가 되고 싶으냐.”는 아빠의 말들. 이는 쌓이고 쌓여 ‘부담’이 되었고, 내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한 ‘회의’로 다가왔다. 알맞게 가고 있는 것인가, 내가 너무 느린 거 아닌가, 일찍이 다른 길을 선택해야 했나 등 나름 치열하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한 것들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 나와 같은 모든 청춘이 느껴본 감정일 것이다. 어쩌면 청춘뿐 아닌 모든 이가 느끼고 있을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새롭게 나타나는 비교 대상(최연소 성공 등)과 그에 반해 진전 없이 계속 한 곳에 머무는 것만 같은 기분. 이에 자신의 길을 의심하고, 그들보다 더딘 속도에 불안·초조함을 달고 사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런 감정을 느낀 나를 포함한 다른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보자면, 인생의 모양은 제각각이고 그 길의 길이도, 걷는 이의 보폭도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매번 짧은 보폭으로 더디게 걸었지만, 결국은 목적지에 도달했었다는 것이다. 초반에 언급한 ‘브레이브걸스’를 예로 들자면, 데뷔 후 10년이라는 길을 그들만의 보폭으로 걷다가 현재 ‘전성기’라는 지점에 도달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제 일을 하며,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걸어 도착한 곳 말이다.

 이번 황룡담 제목의 부연 설명으로 글을 마치려 한다. 이는 가수 아이유의 <unlucky>라는 노래 속 한 문장인데, 어쩌면 나름대로 더디게 느림보 같은 지금 이대로가 괜찮은지도 모른다고 한다. 나는 이를 사무치는 초조함에 무리해서 달리지 말고, 자신만의 보폭으로 꾸준히 걸어보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이 가사처럼 잘 짜인 장난 같은 인생에서 길을 잃고 비틀거려도 계속 자신의 보폭으로 걸어보자. 그렇게 치열하게 사는 중 누군가 나에게 더딘 것 같다고 하면 “난 나의 보폭으로 갈게.”라고 뱉어주자. 그렇게 그렇게 걷다 보면, 생각보다 더 근사한 목적지에 도착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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