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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나기 위한 밑거름의 시간

지유정 편집장
- 4분 걸림 -

어느날, 한 지인에게서 마음을 뚫고 지나가는 글을 공유받았다. “계절 속에 수없이 피고 지는 것들을 보면서. 왜 나는 매번 피어만 있으려고 그리도 애를 썼나 싶어 괜히 머쓱해지기도 했다.”라는 문장이었다. 이 문장은 무과수 작가의 에세이인 「안녕한, 가」에 나오는 한 문장으로, 이번 560호에서는 이 문장을 통해 독자들의 모든 순간을 응원해 보고자 한다.

3월, 봄이 시작되어 새로운 생명이 돋아나고, 수많은 사람이 시작을 앞둔 설렘 가득한 분위기 속 홀로 피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독자가 분명히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 또한 모두가 힘차게 달려 나가는 이 순간에 홀로 멈춰 좌절하고 있었던 순간이 있었으니 말이다. 모두가 달려 나가는 그 순간에 멈춰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절망은 그 어떤 순간보다 크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피어나는 그 순간에만 집중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피어난 어떤 것의 화사함에 속아 그들이 피어나기 위해 견뎌왔던 인고의 시간을 잊기 마련이다. 그것이 고통의 시간이던, 더 큰 것을 피워내기 위해 그저 휴식했던 시간이던, 아름답게 피어난 것들에 그런 ‘멈춤’의 시간은 쉽게 가려지고 만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가 ‘멈춰있다’고 느껴진다면, 당신이 피어나는 시기는 지금, 이 순간이 아니다. 피어날 시기가 아닌 순간에 억지로 피워내다 보면, 그것은 자기 능력보다 더 약하게 보일 뿐만 아니라, 작은 충격에도 쉽게 바스러질 것이다. 자기 능력은 그보다 더 크고 단단할지라도,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결과물은 오히려 바라보는 타인에게도 실망을 안겨줄 뿐이다.

우리는 아직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같은 시기에 똑같은 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부딪히고 소통하다 보니 그들의 발걸음에 맞춰 걸어가지 않으면 ‘실패했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그 넓은 세계, 경험하지 못한 어떤 곳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또는 현재에 충실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을 것이다.

또, 자신이 매번 피어만 있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자신의 마음을 한 번 두드려보기를 바란다. 남들에게 아름답게 피어난 모습만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속을 계속해서 썩히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기력이 다하고, 양분이 다 하고, 힘이 다하는 그 순간을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밝게 빛나고 싶은, 계속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순간, 그 속은 점점 밝게 빛나는 겉모습에 타들어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아닌 모든 생명체, 더 나아가 무생물도 그렇듯, 자신이 해낼 수 있는 그 능력 이상을 하게 되면 아픔이 몰려오고, 고장이 나기 마련이다. 그 누구도 당신이 고장나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아름답게 피어났다면, 또다시 피어날 힘을 채울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독자가 아름답게 피어날 시기를 기다리며 양분을 채우고 힘을 쌓아가는 그 모든 과정을 필자는 응원한다. 더 멋지고 아름다운 결과를 피워낼 그 어떤 시기에 그 누구도 늦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3월의 봄에 피어나지 않는 그 어떤 꽃들도, 늦었다고 자책하며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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