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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年기

박사랑 선임기자
- 5분 걸림 -

 다사다난했던 2019년이 지나갔다. 누군가의 자식, 선배, 친구였던 나에게 한 가지 더 책임질 것이 생겼다. ‘편집장’이라는 자리였다. 2017년도에 들어와서 막연히 동경만 하던 그 자리가 힘들고 어려운 자리라는 것은 나를 포함한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언론사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시작했던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던 것 같다.

 나는 다소 화가 많은 편이다. 그런 성격 때문인지 처음 언론인을 꿈꿨을 때도 그리고 이 자리도 가슴 한쪽에 화가 있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언론사 생활에서 가장 화가 났던 것은 ‘인지도’였다. 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언론사라는 곳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고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우리의 노력에 충고를 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부임하자마자 학교 부속 시설이긴 하나 품을 들여 동아리박람회에도 나갔고 SNS 관리와 더불어 내 나름대로 개인 SNS 계정도 만들어서 ‘군산대학교 언론사’라는 곳을 알렸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꿋꿋이 지켜온 의지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마다 기뻤다.

 그런 사람들이 많이들 나한테 물었다. “언론사 편집장이면 힘들지 않아?”라고.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내 인생의 첫 리더가 편집장이었고 그에 따라 많이 서툴렀다. 나는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리더, 그리고 리더십에 대해서 많이 배웠지만, 이건 예행연습도 없는 실전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홍보가 잘되어 수습기자는 많이 끌어모았지만, 그들을 관리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한두 명의 사정을 봐주게 되면 더 많은 기자가 회의에 불참하고 그렇다고 참여에 강요한다면 그것은 또 내 마음에 내키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모자란 리더십 때문에 가끔은 상처도 받았다. 하지만 마음에도 굳은살이 생기는지 주눅이 들기보다는 이런 면에서 ‘내가 잘못하고 있었구나.’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편집장으로서의 1년은 깨달음과 배움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익숙해진 일상에서는 ‘내 생각이 맞다.’라며 고집하는 일들이 더 많았고 그에 따라 기존의 생각을 바꾸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보다 나이도, 지식도 많은 사람이나 나와는 다른 자리,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때로는 충고이거나 거센 항의였다. 처음에는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그들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반감이 들었고 ‘왜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의문도 있었다. 일개 부원이었다면 사실 반감이 들었을 때부터 귀를 닫았겠지만, 편집장이기에 그들의 말을 의무적으로라도 끝까지 경청했고 이는 나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내 생각은 말 그대로 나만의 것, 나만의 자존심이었고 하나의 고집이었다. 하나의 생각을 하더라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봤어야 했는데 그동안 내가 보이는 하나의 면만 바라보고 ‘나머지도 그렇겠거니.’하며 넘겨버렸던 것이다. 기자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세, 그 자세를 생각으로만 갖추다 많은 쓴소리를 삼키고 나서야 깨달았다.

 살면서 뭔가를 깨닫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사람들은 ‘나’라는 틀에 맞춰 자신의 시각에만 의존해서 그대로 믿어버리기 일쑤기 때문이다. 나는 그 때문에 언론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나하나의 시선들을 이어 붙여주는 역할,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역할, 그것이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를 깨닫고 나니 그동안의 언론사 활동이 얼마나 커다란 의미였는지도 알게 되었다.

 2019년은 많은 언론사 기자와 이를 도와주는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나 또한 과분했던 편집장의 직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제는 본래의 신분인 기자로 돌아가 언론사 기자라는 이름으로 2020년의 우리 대학 소식에 앞장설 것이다. 앞으로도 차곡차곡 쌓여갈 우리의 노력이 빛을 바라볼 날을 기다리며 박사랑 편집장의 황룡담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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