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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출발선에 선 그대에게

박주영 선임기자
- 4분 걸림 -

 2021년의 첫 학기가 시작되었다. 비대면 수업으로 휑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 우리 대학엔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오가고 있다. 화려한 머리 색, 때 묻지 않은 운동화, 바짝 다린 셔츠 등 캠퍼스를 걷다 언뜻 보이는 새내기 티에 나의 새내기 시절을 떠올리곤 한다. 대학생으로서 처음 서게 된 출발선. 걱정 반 기대 반일 새내기 마음을 알기에, 스쳐 지나가는 그들을 속으로 응원하기도 했다. 사실 신입생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새로운 출발선에 있거나, 이미 출발했을 것이다. 누군가의 선배로서, 복학생으로서 혹은 졸업생으로서 각자의 출발선이 생겨났고, 또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2021년, 당신의 새로운 출발선은 무엇인가?

 대학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경험할 것들에 대한 기대와 욕심, 거창한 다짐이 가득한 새내기였던 나는 어느새 3학년이 되었다. 그리고 편집장이라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재작년, 나는 신입생으로서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게 나와 언론사의 첫 인연인데,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나는 올해 입학한 신입생을 인터뷰하고 있다. 질문을 받는 신입생에서 질문하는 기자가 되었다는 게 새삼 묘하게 느껴진다. 그 묘한 인연이 지금의 출발선을 만들어냈지만, 우연과 의지가 합쳐져 만들어진 출발선 앞에서 나는 머뭇거리기도 했다.

 많은 이들은 내 글을 보고 ‘구름처럼 뜬 문체’라고 표현했다. 심지어 어떤 친구는 내 글을 보고 자신의 글을 보면 자신이 로봇처럼 느껴진다고도 했다. 나는 이성보단 감성이 두드러지고, 구체적이기보다는 추상적인 표현만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버릇을 고치기 쉽지 않듯, 처음엔 ‘기사’라는 이성적이고 구체적인 글을 완성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열정은 가득하지만, 마음대로 써지지 않아 어리석게도 기자로서의 출발선을 탓하기도 했다. 다들 한 번쯤 나와 같은 후회의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기서 우리가 그 찰나에 유념해야 할 건, 포기가 아닌 재정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내 문체를 잘 살릴 수 있는 ‘문화 기사’를 매번 전담하며 기자로서의 출발선을 재정비했다.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써오다 보니 기사를 완성해내는 능력이 생겼고, 다른 기사를 교정하는 안목을 가질 수 있었다. 위기의 순간, 출발선을 재정비했던 것이 내가 지금의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던 힘이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청춘은 자신에게 좋은 기회가 다가오길 바란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에게 기회가 많이 오지 않는다며 불행을 논하기도 한다. 나는 이에 “지금 당신이 서 있는 출발선이 기회다.”라고 말하고 싶다. 기회는 우리에게 오는 것이 아닌 우리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수많은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출발선 위에 서 있다. 출발선 너머의 길이 평탄할지 험난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천천히 걸어도 좋고 힘들면 잠깐 쉬어도 된다. 단, 출발선을 탓하며 포기하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포기하고 싶을 땐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와 재정비를 해보자.

 가수 김동률의 <출발>이라는 곡의 가사를 인용해 글을 마치려 한다.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 보자. 멍하니 앉아서 쉬기도 하고 때로는 넘어져도 괜찮으니 제 길을 걸어가자. 그렇다면 가끔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는 법을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이 길이, 또 출발선이 곧 우리에게 가르쳐 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새로운 출발선에서 발을 힘차게 내딛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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