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간결하게 쓰자
글은 쉽고 간결하게 쓰는 것이 좋다. 쉬운 우리말 표현이 있다면 굳이 어려운 한자어를 쓸 필요가 없다.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말로 문장을 길게 늘이거나 번역투로 표현하는 것 역시 문장을 어렵고 복잡하게 한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필자의 박사 학위 논문을 살펴보니 ‘-고 있다’라는 표현이 162회나 나온다. 그 대부분은 ‘-고 있다’를 빼도 별다른 이상이 없는 문장들이다. 군더더기인 것이다. 쉽고 간결한 글쓰기를 방해하는 대표적인 예를 살펴본다.
어려운 한자어 표현
(1)가. 그녀는 시세에 준(準)해서 패물을 친구에게 팔았다. → -에 따라서
나. 경매에 회부(回附)했다. → -에 부쳤다.
다. 이런 때에 임(臨)하여 → -에 이르러
라. 그것은 사실에 입각(立脚)한 주장이 아니다. → -에 따른/-에 근거를 둔
마. 법에 저촉(抵觸)된다. → -에 걸린다./-에 어긋난다.
바. 주변국들과 군사동맹을 체결(締結)했다. → -을 맺었다.
사. 명찰을 패용해 주십시오. → -을 달아 주십시오.
아. 벌금/과태료에 처하다 → 벌금/과태료를 물리다.
자. 비용/시간이 소요되다 → 비용이 들다, 시간이 걸리다.
어려운 한자어 표현은 주로 배운 사람들의 글에서 많이 보인다. 전달하려는 내용을 분명히 정했다면 굳이 어려운 한자어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
번역투 표현
(2)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해 보자. → 정의란 무엇인가를
나. 작성한 내용을 처리함에 있어서 → 처리하는데/처리할 때
다. 총장은 교과부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 회담했다.
라. 전경련 등 경제 5단체는 긴급 회장단 모임을 갖고 → 회장단이 만나서/모여서
마. 잘못된 정보도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 주의해야 한다.
바. 우리 학교는 군산 미룡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에 있습니다.
사. 근무 환경을 개선시켜 사업이 눈에 띄게 발전되었다. → 개선하여, 발전하였다.
아. 사람들에 의해 사용되기 시작했다. → 사람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자. 그의 소설에서는 고위관료의 부정부패를 희화화시켰다. → 희화화했다.
차. 도시화로 인(因)하여 공기 오염이 심해졌다. → 도시화로
쉽게 인식하지 못하지만 (2)와 같은 번역투의 문장을 자주 보고 쓴다. 번역투는 영어나 일본어의 문장을 직역하는 데서 비롯하는데 우리말답지 않은 표현이다.
중복 표현
(3)가. 두 사람의 의견이 판이(判異)하게 다르다. → 판이하다./매우 다르다.
나. 결실(結實)을 맺었다. → 결실을 거두었다/결실을 보았다./열매를 맺었다.
다. 말로 형언(形言)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 형언할 수 없는/말로 다 할 수 없는
라. 간단히 요약(要約)하면 다음과 같다. → 간추리면/요약하면
(3가)의 ‘판이하다’는 ‘아주 다르다’라는 뜻이어서 ‘다르다’를 중복해서 쓸 필요가 없다. 이러한 중복 표현을 일상 언어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참고하기 바란다.
‘사전에 예방(豫防)하다’, ‘먼저 선취점(先取點)을 얻다’, ‘상을 수상(受賞)하다’, ‘전기가 누전(漏電)되다’, ‘책을 읽는 독자(讀者)’, ‘돈을 송금(送金)하다’, ‘머리를 삭발(削髮)하다’, ‘작품을 출품(出品)하다’, ‘방치(放置)해 두다’, ‘수확(收穫)을 거두다’, ‘남은 여생(餘生)’, ‘쓰이는 용도(用度)’, ‘어려운 난관(難關)’, ‘늙은 노모(老母)’, ‘같은 동포(同胞)’, ‘중요한 요건(要件)’, ‘가까운 측근(側近)에게’, ‘맡은 바 임무(任務)’, ‘오랜 숙원(宿願)’, ‘좋은 호평(好評)’, ‘하얀 백발(白髮)’, ‘거의 대부분’, ‘공사에 착공(着工)하다’, ‘너무 과하다’, ‘둘로 양분(兩分)하다’, ‘서로 상의(相議)하다’, ‘스스로 자각(自覺)하다’, ‘시험에 응시(應試)하다’, ‘회사에 입사(入社)하다’, ‘미리 예습(豫習)하다’, ‘미리 예견(豫見)된’, ‘다시 재론(再論)하다’, ‘다시 부활(復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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